기업 발목 잡는 '법정 인증제도' 대폭 손본다
257개 인증제도 통·폐합 절차 간소화
1500억원 기업 비용 부담 감소 효과
민간기관 진입 허용…인증 산업 육성
정부가 257개에 달하는 국내 법정 인증제도를 원점에서 정비하기로 했다. 국제인증과 중복되거나 실효성이 낮은 인증은 대거 통·폐합하고, 인증받기 위한 비용과 절차도 간소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런 인증 규제 정비로 약 1527억원의 기업 부담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열린 제35차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에서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이런 내용의 '인증 규제 정비 방안'을 의결했다.
인증, 10년간 100개 늘어…기업 부담 가중
정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 인증은 257개에 달한다. 미국(93개)이나 유럽연합(EU·40개), 중국(18개), 일본(14개)에 비해 과도하게 많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법정 인증을 주로 안전·의료·보건 등으로 한정해 운영하지만, 우리나라는 범위도 넓고 중복된 인증도 많기 때문이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일본의 인증 제도가 14개밖에 안 된다. 우리는 10년 전부터 100개 정도가 늘어났다"며 "기업들의 수요보다 훨씬 더 많은 인증을 정부가 만들어 내 기업들이 받아야 하는 인증 개수나 비용이 너무 많이 증가한 만큼 인증 제도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정부는 국제인증과 중복되거나 실효성이 낮은 24개 인증을 폐지하기로 했다. 예컨대 지금은 화장품 회사가 해외에 수출하려면 국제 인증인 코스모스(COSMOS) 인증을, 국내에 판매하려면 천연화장품 인증이나 유기농화장품 인증을 각각 받아야 하는데 앞으로는 국내 인증을 폐지해 기업 부담을 줄인다.
또 인증 대상과 시험 항목, 절차 등이 유사한 인증 제도 8개를 통합한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과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은 사실상 인증 대상이나 평가 방법이 유사한 만큼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으로 통합하는 식이다.
66개의 인증은 비용,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수도·가스 등 계량기는 현재 전수 검정을 받아야 하지만, 앞으로는 샘플링 검정 방식을 도입한다. 자동화 생산라인이어서 품질 문제가 적은 기업의 경우 이를 통해 제품 원가가 낮아져 소비자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하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의 경우 대상 기업 기준을 매출 1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완화하고 심사 기간도 줄여 중소 인터넷 쇼핑몰 등의 부담을 낮춘다.
민간 기관 진입 허용…인증 산업 키운다
이외에도 정부는 국내 인증 제도에 미국, 일본, EU에서 운용 중인 '자기적합성선언'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제조자가 스스로 또는 시험·검사 기관의 확인을 받아 품질 적합을 선언하는 제도로, 기업이 제품 안전성을 직접 책임지는 사후관리 방식이다. KS인증, 방송통신기기 인증(KC인증), 친환경선박 인증에 우선 도입될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현재 공공기관이 독점하는 인증 제도에 민간 기관의 진입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기용품 인증기관 지정 기준을 영리법인으로 확대하고, 방송통신기자재 인증은 민간 인증기관으로 이전한다. 소방용품 성능인증 및 형식인증은 복수의 인증기관을 허용한다.
이 국무2차장은 "정부 주도의 인증은 독점 시스템이 많아서 일반 기업들이 인증을 받으려면 그곳으로 직접 찾아가고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며 "독점 시스템을 해제하고 인증 시장에 민간 기관을 진입시켜 경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국내 인증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향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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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약 1527억원의 기업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이 국무2차장은 "기업 부담 경감 외에도 자기적합성평가 등을 통해서 경제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법에 규정된 인증 제도는 개정이 끝까지 되는지 점검하고, 시행령 이하로 개선할 사항은 즉시 추진해 기업 불편을 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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