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측, 결국 항소 안해…검찰은 항소
이르면 이번주 2심 재판부 배당
재판 시작 전 경영 행보 박차

7년 만에 끝날 것으로 보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이르면 이달 말 다시 시작된다.


'부당합병·부정회계' 사건이 2심을 받게 되면서 이 회장의 경영 행보에도 다시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재계와 법조계에선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주요 투자와 인수합병(M&A)을 구상 중인 이 회장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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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회장 측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로부터 검찰의 항소장을 송달받아 검토한 후 항소하지 않았다. 2심으로 넘어갈 때 필요한 문서접수서들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검찰의 항소로 재판이 2심으로 가는 것이 확정된 상황에서 항소하지 않음으로써 이 회장의 19개 혐의를 모두 무죄로 본 1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자정을 기해 항소 신청이 가능한 기간은 끝났다. 이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은 이번주 내로 이 회장의 사건을 두 번째로 심리할 재판부를 배당하고 재판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1심처럼 주 1~2회 재판받을까

이 회장 측과 검찰은 2심 준비기일 때부터 재판 일정을 두고 크게 대립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회장이 1심 때 주 1~2회 재판을 받아야 하는 일정 때문에 그룹 현안을 돌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출장을 가지 못해 세계 반도체, 스마트폰 시장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및 유력 인사들과의 회동도 제한됐다.

항소하지 않은 선택도 같은 맥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항소하지 않아 2심 재판부는 검찰이 항소하며 이의를 제기한 내용에 대해서만 다시 심리하게 됐다. 만약 이 회장이 항소했다면 2심 재판부가 다시 살펴봐야 할 내용은 검찰의 항소 내용까지 포함해 더 많아지고 재판 역시 길어졌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이 회장은 최소한으로 재판 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재판부의 배려를 기대하면서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반전을 꾀할 만한 대규모 투자와 M&A를 결단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첫 해외 출장지로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을 찾아 배터리 사업을 점검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사진은 이재용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1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첫 해외 출장지로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을 찾아 배터리 사업을 점검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사진은 이재용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1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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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설 연휴였던 지난 9~11일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있는 삼성SDI 생산법인과 배터리 1공장 생산 현장, 2공장 건설 현장을 살핀 후 임직원들에게 남긴 메시지도 이를 대변한다. 이 회장은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고 주문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도 말했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SDI를 방문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22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최근 전동공구, 전기차 글로벌 시장 성장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이런 삼성SDI에 힘을 실어주고자 이번 현장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0대 19 완패인데도…무오류의 독선" 비판받는 검찰

재계는 물론 법조계 등에선 항소한 검찰을 향한 날 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뒤집히기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서 무리해서, 또는 이유 없이 기계적으로 항소했다는 주장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글에서 "(1심 판결은) 운동경기로 치면 0대 19로 (검찰이) 완패한 것"이라며 "검찰은 기소가 잘못되지 않았는지 성찰하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나오거나 형량이 구형량의 일정 기준 이하로 나오면 기계적으로 일단 항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법원의 판단에 잘못이 있을지언정 검찰의 판단에는 잘못이 있을 수 없다는 '무오류의 독선'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미 2020년 6월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10대 3의 의견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기소했다가 무죄 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항소했기 때문에 검찰이 더욱 지탄받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나오면 상고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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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검찰의 '묻지 마 항소'를 차단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검찰이 항소할 수 없도록 연방헌법에 규정한 미국 등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가 그 근거로 많이 언급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검찰총장으로 일한 2019년 8월 "검찰은 나라에서 월급 받고 국가 비용으로 소추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변호사비를 더 내야 하는) 피고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항소나 상고는 세밀하게 검토하고 가능성이 없다면 기소된 사람이 2·3심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2022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 때 "기계적 항소를 지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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