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카 하우스너 감독 영화 '클럽 제로'
영양교사, 학생들 취약점 건드리며 금식 유인
소속감·전능함 선사…찬탄과 복종으로 합리화
광기 어린 '전체주의'와 닮아…해답은 민주주의
노백(미아 와시코브시카)은 엘리트 학교 영양교사다. 학생 일곱 명에게 은밀하게 금식을 권한다. "다른 학생이나 부모님께 말하지 말고 철저하게 비밀로 하는 게 좋아요.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믿음을 약화하겠죠. 세상이 몰락할 때 살아남을 소수 중 하나가 될 수 있어요." 수업이 끝나고 학생 두 명은 중도 포기를 선언한다. 나머지 학생들은 믿음이 부족하다며 업신여긴다. "쟤넨 너무 편협해." "(금식 끝에) 뭐가 있을지 알지도 못하면서." "왜 시도해보지 않을까?"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의 영화 '클럽 제로'에서 학생들은 몇 번의 수업만으로 금식을 맹신한다. 부모가 말려도 소용없다. 이미 노백에게 복종하는 기계로 전락했다. 높은 설득력 때문이 아니다. 부모의 무관심, 압박 등 취약점을 교묘하게 건드리며 타인과의 교류를 철저히 차단한다. 단절된 세계 속에서 학생들은 서로에게 위안을 얻으며 집단 망상에 빠져버린다. 제한된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는 탓에 수렁에서 헤어 나올 줄 모른다. "기분이 정말 좋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나도 몸이 아주 가뿐해." "우린 혁명적인 순간의 일부야."
그들만의 착각이 아니다. 현대 문명은 집단 망상과 오류,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집단적 감정을 조직하고 조작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정신과 의사 요스트 메이를로는 저서 '세뇌의 심리학'에서 "만약 누군가 대중을 고립시키고 자유로운 생각, 교류, 외부의 교정을 허용하지 않으며, 매일 소음·언론·라디오·텔레비전을 통해 두려움, 거짓 열의로 대중에게 최면을 걸 수 있다면, 어떤 망상이라도 심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사람들은 가장 원시적이고 부적절한 행동도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감춰진 신경증적·망상적 콤플렉스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보통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집단적 광기는 사람들 각자가 억압하고 있던 개인적 광기를 정당화한다. 그래서 구호를 통해 사람들을 전쟁의 광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그토록 쉬워질 수 있는 것이다. 구호를 통해 공격받는 외부의 적은 그저 희생양, 괴롭힘당하는 사람들 안의 분노와 불안을 대리하는 역할일 뿐이다."
한 번 심어진 망상은 바로잡기 어렵다. 추론을 거듭해 열쇠를 찾더라도 집단 움직임에 휩쓸려 버리기 일쑤다. 소속감과 전능함을 주는 집단 망상이 개인적 인식과 이해보다 더 소중하다고 착각해서다. '클럽 제로'에선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을 놓친 적 없는 벤(사무엘 앤더슨)이 그렇다. 영양 섭취가 부족하면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단 사실을 잘 안다. 요리를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잘 먹는 모습도 보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짝사랑하는 엘사(크세니아 데브리엔트)를 위해 금식에 동참하고, 순식간에 집단 망상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이제야 제가 얼마나 세뇌됐었는지 알았어요. 나에 대한 타인의 기대에 얼마나 의존했었는지요. 특히 저희 엄마요. 그런데 이젠 보여요. (중략) 저 스스로 해방되고 싶어요."
벤은 자기 주머니 속에 든 단순한 이념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해석한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갈망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찬탄과 복종을 불러일으킨다. 일련의 과정은 흡사 생각의 전염을 피하기 어려운 전체주의 같다. 단순한 정신적 제약으론 치료·예방할 수 없다. 생각을 교환할 자유부터 보장하고 민주적으로 싸우는 방법을 전달해야 한다. 자유로운 인간이야말로 문제가 어떻게든 풀릴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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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요건이 갖춰진다고 단숨에 해결될 리는 없다. 집단 망상의 교정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를 요구하며, 이는 모든 형태의 집단 정서와 사고를 시험해볼 권리가 있어야 함을 뜻한다. 여기서 시험은 꾸준한 개인·집단적 자기비판을 격려해야만 가능해진다.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이 민주주의의 특성이다. 바로 진리로 이끌진 않더라도 분명 그 길을 닦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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