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멈춘 사형집행, 어떻게 되나] 尹정부 재개 가능성에 '촉각'
사형제 유지-집행 논의 이어져
윤석열 정부가 과연 사형을 집행할까. 사형 제도 유지와 사실상 중단된 사형 집행을 두고 찬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올 여름 신림역과 서현역 길거리에서 시민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기난동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흉악범죄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현 시점에서 사형이 집행될지 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집행을 둘러싼 정부 내 분위기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형 집행 논의의 불을 당긴 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지난 9월 법무부는 한 장관 지시에 따라 유영철을 대구교도소에서 사형장이 설치된 서울구치소로 이감했다. 한 장관은 이달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 출석해 “영구히 격리해야 할 범죄자가 분명히 있다. 10명을 연쇄살인하고 수감된 상태에서 전혀 반성 안 하는 그런 사람들이 10~20년 뒤에 나와서 다시 활보하는 법치국가는 전세계에 지금 없다”며 “(범죄) 예방효과가 반드시 수반되는 사형제도, 또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형 집행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법무부장관 명령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과거 사형제 폐지에 대해 유보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2월 23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7대 인권 의제’ 질의에서 “완전한 사형제의 폐지는 사회의 성숙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실에서 여론의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사형 여론이 높아지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집행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지금까지 사형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폐지보다는 유지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유지론이 69%, 폐지론은 23%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80%가 사형제 유지를 찬성했다.
정부가 국민 여론에 따라 사형을 집행하더라도 국외 여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이 ‘인권 선진국’으로서 국제적 위상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대부분 국가가 사형제를 폐지한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다.
2010년 한국 헌법재판소가 사형제 합헌을 결정했을 때 EU 의회는 헌재 결정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한국 헌법재판소가 1996년에 이어 사형제도를 인정한 데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앞선 2009년 한국 정부는 유럽 평의회(Council of Europe) 회원국과 기타 국가 간 ‘형사사법공조협약 및 범죄인인도협약’에 가입했다. 이에 따라 협약에 가입한 EU 회원국 47개 나라와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부터 인도된 범죄인에 대해서는 한국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형을 집행할 수 없다.
법률신문 특별취재팀=홍윤지·한수현·임현경·박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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