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美대선을 1년 앞두고 '오픈AI의 과감한 도전'
"아이폰 앱스토어처럼 ‘GPT 스토어’를 열어 AI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지난 6일 오픈AI가 첫 개발자회의(Dev day)를 통해 챗GPT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자, 쏟아진 외신의 평가다.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대를 연 주역이라는 점을 고려한 비유다. 이번 행사가 ‘AI 시대’를 여는 서막을 제시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행사의 핵심 테마는 AI 생태계 조성이었다. 챗GPT 사용자가 개발 지식 없이도 AI(GPT-4 터보 등)와의 대화를 통해 AI 서비스를 제작(GPTs)할 수 있도록 했고, GPT 스토어를 통해 개발한 서비스를 사고, 팔 수도 있게 했다. 이날 행사를 견제라도 한 듯, 다른 빅테크들도 일제히 새 AI 모델을 공개했으나, 시선은 오픈AI에 집중됐다.
서비스보다 돋보인 것은 발표 시점이었다. 미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오픈AI는 AI를 더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차세대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계에서 AI를 활용한 다양한 가짜 콘텐츠의 범람을 대선 경계 대상 1호로 꼽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했다.
특히 내년에는 미국 외에도 40개국에서 대·총선이 열린다. 가짜뉴스에 대한 각국 정계의 반발을 예상한다면 오픈AI는 이 행사를 더 빨리 열거나 대선 이후로 미루는 편이 속 편할 수 있었다. AP통신-NORC 공공문제 연구센터, 시카고 해리스 대학 공공정책대학원의 최근 여론조사(1017명)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명 중 6명은 미 대선 기간 중 AI 도구가 정밀하게 표심을 겨냥하고 허위 정보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퍼뜨릴 것으로 봤다. 오픈AI가 가짜뉴스 확산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AI의 과감한 도전은 ‘AI 진흥’을 추구하는 미국의 AI 정책 기조에서 비롯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딥페이크(가짜영상) 영상을 보며 "내가 언제 저런 말을 했지"하고 말했지만, 정작 AI 규제를 담은 행정명령에는 징벌적 조처를 하지 않았다. 가짜뉴스를 엄단하는 것과 별개로, AI의 발전을 밀어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미 대법원은 IS의 폭탄테러로 사망한 사람들의 유족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가 수년간 극단주의 태러 집단 IS(이슬람국)의 선전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금지하지 못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빅테크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유튜브 등의 알고리즘이 테러 콘텐츠를 추천해 생긴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유럽연합의 규제는 인간의 잠재의식을 조작할 수 있고, 아이들을 착취하는 용도로 쓰이는 등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 최대 4000만유로(약 573억원)나 전 세계 매출의 7%에 달하는 벌금을 내도록 하는 안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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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의 삶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AI에 대한 미국의 관대함을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AI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오픈AI의 과감한 결정은 미국이 아닌 국가에서는 실현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픈AI가 내년 총선을 앞둔 우리나라에서 태동했다면 어땠을까. 뉴스 알고리즘의 편파성을 둘러싼 논란이나 실시간 검색어 조작 논란 등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정치권의 유불리에 따른 포털에 대한 압박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서비스를 종료하기 바빴던 포털들의 행태를 미뤄볼 때 AI 생태계 조성을 포기하거나 뒤로 미루지 않았을까. "정치는 혁신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발언(<스티브 잡스>, 2011년)이 떠오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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