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4만명"…이용 저조해 공개 않아
美 아이폰은 e심만 탑재…日 재난로밍 이용
e심 이용자 통신사 이동 3배 많아…경쟁 촉진

e심(eSIM·내장형 가입자 식별 모듈)을 도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유명무실하다. 가입자가 적은 탓에 사업자들이 현황 공개도 거부해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5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사업자에 e심 가입자 현황 자료를 요청했으나 "영업비밀에 해당해 제출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과기정통부는 매달 통신사, 기술방식, 용도, 유형 등에 따라 가입 회선 수를 취합한 '무선 통신서비스 가입현황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e심은 지난해 9월 상용화를 시작한 이래로 아직 가입자 통계가 없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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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들이 e심 가입자를 선뜻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이용이 지나치게 저조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3사 중 한 곳은 e심 가입자가 4만명가량으로 확인됐다. 3사 중 가입자가 가장 적은 LG유플러스도 지난 7월 기준 회선 수가 1688만개에 달한다. 아무리 크게 잡아도 e심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0.2%를 간신히 넘는다. 약정이 없어 번호이동이 잦은 알뜰폰은 상황이 좀 낫지만, 가입자가 적기는 마찬가지다. 한 알뜰폰 업체는 "e심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한 자릿수대라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심은 스마트폰에 물리적으로 칩을 삽입하는 유심(USIM)과 달리 칩이 스마트폰에 내장된 가입자 식별 장치다. 앱을 다운받듯 QR코드로 통신사 프로파일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거나 유심 배송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유심과 동시에 사용하면 단말기 한 대로 번호 두 개를 쓸 수 있다.


업계에서는 e심 지원 단말이 고가 단말 위주여서 가입자가 늘지 않는다고 본다. 애플은 2018년 출시한 아이폰XS부터 e심 슬롯을 탑재했지만, 국내 아이폰 이용자는 20%대로 비중이 낮다. 점유율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한국에서 2022년 출시한 갤럭시Z플립·폴드4부터 듀얼 심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갤럭시S, Z 시리즈 등 플래그십 위주로 듀얼 심을 탑재하고 있다. 보급기에서는 갤럭시A54(갤럭시 퀀텀4)만 듀얼 심을 지원하지만 SKT 전용 단말이어서 구매가 제한적이다.

이미 유심으로 주 번호를 쓰는 상황에서 e심으로는 세컨드 번호에 가입하게 되는데, 그 수요가 적다는 분석도 있다. 이통 3사는 e심 상용화 이전에 부가서비스 형태로 단말 한 대에서 번호 두 개를 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이용자가 미미했다는 것이 통신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e심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 2022년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보다 3% 줄었지만, e심 지원 단말 출하량은 11% 늘었다. 애플은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4부터 유심 슬롯을 빼고 e심만 탑재해 판매하고 있다. 하드웨어 경량화를 위해서다. 장기적으로 안드로이드 단말도 이 같은 추세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e심이 주 번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일본 통신사 KDDI는 대규모 통신 장애 이후 비상 로밍용으로 e심을 이용하고 있다. 통신 재난으로 메인 회선이 먹통이 되면 e심으로 타사 회선을 사용해 끊김없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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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심 활성화는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은 올해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10.8%만 통신사를 변경했지만, e심 이용자만 놓고 보면 37.7%가 통신사를 바꿨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3위 사업자 T모바일이 타사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해 e심 간편 가입 기능 '이지 스위치'를 출시하기도 했다. 안드레이 포포브 오픈시그널 연구원은 "e심은 대면 가입이나 유심 배송을 기다리지 않고도 소비자가 통신사를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한다. 통신사는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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