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재판관 "과잉금지원칙 위반" 의견
위헌 정족수 6명에는 한 명 미달
정당명칭사용금지·시도당원 1000명 조항 합헌

정당 설립의 요건으로 전국적인 조직을 갖출 것을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지역 정당'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현행 정당법 조항들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과반수가 넘는 5명이 위헌이라고 봤지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나왔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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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정당법 제3조와 제4조, 제17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위헌)대 4(합헌)의 의견으로 합헌(기각) 결정했다.


정당법 제3조와 제4조는 각각 정당의 구성과 성립요건을 정한 규정이다. 제17조는 정당이 갖춰야 할 시·도당의 수를 정한 조항이다.

정당법 제3조(구성)는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4조(성립) 1항은 '정당은 중앙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함으로써 성립한다'라고, 2항은 '1항의 등록에는 제17조(법정시·도당수) 및 제18조(시·도당의 법정당원수)의 요건을 구비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17조(법정시·도당수)는 '정당은 5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정당법은 최소 5개 이상의 시·도당과 중앙당을 가진 정당만 선관위에 중앙당을 등록해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통상 이들 조항을 '전국정당조항'이라고 부른다.


직접행동영등포당·과천시민정치당·은평민들레당 등은 지난해 6월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소속 후보를 출마시키고자 정당 등록신청을 했지만 '정당법에는 지역정당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이 거부되자 해당 조항들로 인해 자신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정당설립의 자유, 정당가입의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 평등권, 선거권, 공무담임권 등이 침해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이라는 법인도 같은 이유로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 전국정당조항에 대해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나머지 5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법률의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재판관 6명)에 미치지 못해 4명의 합헌 의견이 헌재 법정의견이 됐다.


이들 재판관은 "지역적 연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당정치 풍토가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의 정치현실에서는 특히 문제시되고 있고, 지역정당을 허용할 경우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지역 간 이익갈등이 커지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당의 구성과 조직의 요건을 정함에 있어 전국적인 규모를 확보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라며 "이러한 정치현실과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정당의 수에 비춰 보면, 전국정당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정당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나머지 5명의 재판관은 전국정당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정당의 자유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냈다. 헌재는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따지는데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최소침해성 ▲법익균형성 등 4가지 기준이 사용된다.


이번 사건에서 유남석·문형배·정정미 재판관 등 3명은 정당법상 전국정당조항이 목적의 적당성이나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되지만, 기본권 침해의 최소침해성과 해당 규정으로 인해 보호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의 법익균형성에 반한다고 봤다.


이들 재판관은 "지역정당의 출현으로 인한 지역주의 심화 문제는 정당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정치문화적 접근으로 해결해야 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전국 어디에서든 정치 참여가 가능하고 지방자치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모든 정당이 전국 규모의 조직을 갖추고 전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정당활동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거대 양당에 의해 정치가 이뤄지는 현실에서 전국정당조항은 지역정당이나 군소정당, 신생정당이 정치영역에 진입할 수 없도록 높은 장벽을 세우고 있고, 각 지역 현안에 대한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정당의 출현을 배제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차단할 위험이 있다"라며 "기성정당과 신생정당을 구별해 중앙당 및 시·도당의 소재지, 시·도당의 수를 달리 정하는 방안 등 전국정당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전국정당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정당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이들 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수단의 적합성조차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두 재판관은 "정당에 관한 헌법 제8조의 취지를 고려해 볼 때 정당의 설립, 조직, 활동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나 침해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라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의 참여라는 정당의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전국 규모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고, 헌법이 전국 규모의 조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정당조항은 모든 정당에 대해 일률적으로 전국 규모의 조직을 요구해 지역정당이나 군소정당, 신생정당을 배제하고 있다"며 "이는 헌법 제8조 1항의 정당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헌재는 정당법상 등록되지 않은 정당임에도 정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회변혁노동자당'이 제청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정당법상 등록된 정당이 아니면 그 명칭에 정당임을 표시하는 문자를 사용할 수 없게 한 정당법 제41조(유사명칭 등의 사용금지) 1항과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같은 법 제제59조(허위등록신청죄 등) 2항 중 제41조 1항에 대한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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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이 정당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각 시·도당이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질 것을 요건으로 정한 정당법 제18조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관 7(합헌)대 2(위헌)의 의견으로 합헌(기각) 결정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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