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출근하는 책들<3>-인정받고 싶은 마음
타인을 멸시, 업신여기는 것에 바탕을 둔 계급 체제 속 인간은 늘 모욕, 모멸, 모독에 경도돼 있고 그 감정에 유리 멘탈이다. 남의 눈에 취약하고 민감하다. 찌든 권태로 무료한 삶 속에서 환락에 빠져드는 0.01%의 상류층을 포함해 대다수가 칸칸이 구획된 계급표 안에서 멸시당할까 봐 벌벌 떨고, 멸시하면서 느끼는 우쭐함과 으스댐을 동력으로 살아간다.
'동일한 특징을 가진 인간 집단'을 뜻하는 계급, 필요에 따라 구분과 차이는 필요하지만, 서열을 매기고 순위를 따지는 체제속에서 인간의 얼굴은 어떻게 변하는가. <적과 흑>은 그 불편한 질문을 계속 던지는 소설이다.
현대에도 '계급적 색안경'을 쓴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 육체노동자들을 가리키며 '너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는 섬뜩한 말은 이 안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같은 직종에 있으면서도 회사의 규모나 브랜드 가치에 따라 또 다시 등급을 나누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어쩌면 사회가, 시스템이, 제도가, 문화가 그런 전근대적 계급의 색안경을 우리에게 여전히 씌우고 세뇌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색안경의 채도는 높을수록, 우리는 직업에 따라 타인을 평가하고, 우열을 나눠 업신여길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를 단지 그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외경한다. 그리고 그 계급의 시선은 쉽게 모사되고 전파되어 누군가의 야망으로 발현한다.
계급표에서 S등급을 받으려고 전력 질주하는, 등급 상승만을 전 생애의 목표로 달리는 삶을 사는 사람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 그것은 곧 출세, 명예, 야망의 출처가 된다. 상위계급에 오를수록 지위를 얻게 되니까. 때론 그 욕망은 아름답다. 건강한 야망이고, 활기 있는 삶에의 생명력이니까. 하지만 간혹가다 그런 사람들이 쓴 것처럼 보이는 계급의 색안경은 하나도 부럽지 않다. 그 안경이 오히려 그 사람의 내면을 짓누를 테니까. 안경을 오래 쓰면 쓸수록 그의 시야는 좁아지고 시선은 해체되며 계급이 부여하는 이름, 지위, 신분의 노예로 살 수밖에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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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여전히 '계급의 색안경'을 쓴 못생긴 사람들이 내 일을 함부로 재단할 때, 나 조차 그 색안경을 자동적으로 쓰게 될 때, 쥘리엥을 떠올린다. 멸시당하고 싶지도 않아했지만 멸시하고 싶지도 않아했던 그 고결하고 영민한 영혼과 정신을 전유하고 싶어서.
-구채은, <출근하는 책들>, 파지트,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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