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명분 보다 실리 챙기는 의정 활동
"현 정부, 매표 예산 없어…증액 어려울 듯"
"국가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통계를 왜곡하는 것은 중대 범죄 행위다"
김상훈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지난 15일 감사원이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 통계 조작 실태 감사 결과에 대해 "전 통계청장이 언급한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는 의미가 국가의 대외 신뢰도까지 흔들 수 있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밝혀졌다"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8월 27일 강신욱 전 통계청장은 임명 직후 참석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고, 이후 통계 조작 논란을 일으켰다. 감사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 당시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가격, 고용 등 3개 주요 통계가 왜곡됐고,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통계 조작 의혹의 발단은 문재인 정부가 재임 중 국민 체감과 동떨어진 집값과 고용 통계를 계속 내놓은 데서 비롯됐다"며 "당시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폭등하는 집값과 얼어붙은 일자리 시장과 반대되는 정부 (통계)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시각이 상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는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며 "통계청은 국회 기재위 산하기관인 만큼 (이번)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이며, 상임위 차원에서 진상 규명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 위원장은 3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대구광역시 공무원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대구 서구에 출마,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을 지냈다. 이달 1일 국회 기재위원장에 선출된 그는 ‘나쁜 임대인 공개법’과 ‘병원 간 내진 환자 기록 공유’, ‘공공주택 불법주차 해소 3법’ 등을 의정활동 중 발의한 대표적인 법안으로 꼽았다. 그는 “국민들 입장에서 어떤 법을 원하는지, 국민들이 현재 겪고 있는 불평과 불만이 무엇인지를 알아내 그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법안과 정책, 예산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왔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위원장의 의정 활동은 ‘실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김 위원장이 언론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2020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장, 2021년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능총괄본부장에 이어 지난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비대위원 등 굵직한 역할을 맡았지만, 정쟁보다는 정책을 앞세우는 정치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명분만을 쫓아가는 의정 활동은 비합리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를 하다 보면 때로는 거품이 끼어서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닌 입법과 예산이 발생하는데, 결국 낭비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일문일답.
-통계 조작 실체가 드러났다. 통계청은 기재위 피감기관인데 어떻게 보고 있나?
=문재인 정부 시기에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과 통계청을 압박해 부동산과 소득·분배·고용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정부 들어 집값이 11% 올랐다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의 현실성 없는 발언이 수치 조작에 기안한 것이다. 국감에서 질의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임위에서도 잘 들여다보겠다.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2005년도 이후 최저인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주로 국채를 발행해 매년 과다한 예산 편성을 집행했다. 그래서 국가 부채가 지난 5년 동안 400조원 이상 늘어나 1000조원이 됐다. 지금 정부는 재정 정상화 또는 건전 재정 기조로 갈 수밖에 없다. 예산 편성 권한이 정부에 있는 만큼 이같은 기조를 반영한 것 같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을 늘리려는 야당의 요구가 나올 수 있다.
=민주당은 총지출 증가율 6%를 언급하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을 담당하겠지만, 현재로선 증액 예산 편성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감액은 임의로 할 수 있지만, 증액은 정부 동의 없이 할 수 없다. 현 정부의 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증액 재편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또 총선이 있을 때 민심을 잡기 위해 돈을 푸는 그런 예산 운용 방식을 지난 정부 때에는 재난지원금 명목 등으로 상례화했는데, 이번 정부는 예산으로 매표를 하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는 것 같다.
-기재위에 계류된 재정준칙은 야당이 주장하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에 발목이 묶여 있다. 야당을 설득할 방안이 있나?
=국민들은 사회적 경제 기본법이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를 수 있고, 재정준칙도 마찬가지다. 다만, 올해 말에도 1인당 갚아야 할 나랏빚이 2200만원으로 늘었고 2060년이 되면 1억3000만원으로 늘어난다. 과연 이대로 가면 우리 자식 세대, 미래 세대들에게 빚을 남겨줘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국채는 상환 기간이 20년 뒤에 도래하기 때문에 당대에서 갚는 것이 아니고 우리 자식들이 갚아야 하는 채무다. 지금 아끼고, 또 갚아야 한다. 그래서 미래 세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는 취지에서 과다하고 방만한 예산 편성을 규정으로 묶어 놓자는 것이 재정준칙이다. 민주당에서 발의한 사회적 경제 기본 3법은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회적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나 용력을 구입해주는 것이다. 지금도 정부 예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단체, 조직들이 많다. 국민들 판단에 맡기겠다.
-당내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해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할 때 간사를 맡아달라고 했다. 그 이후부터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서울과 부산 양대 시장 보궐선거 준비위원장을 맡았을 때였다. 당시 우리 당은 굉장한 고비에 직면했는데, 제대로 된 후보를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저기서 '경선 룰'에 대한 언급이 많았지만, 당원 투표 비중을 최소화하고 일반 국민들이 선택하는 후보를 최종적으로 선출할 수 있도록 강경하게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광역시장 후보를 100% 일반 여론조사 결과로만 뽑았다. 당원들이 선호하는 후보는 막상 본선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특정인에게 유리한 룰이 아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
=실리적인 정치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정책 친화적이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그냥 무작정, 막무가내로 싸우기만 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유익하고 실생활에 도움이 많이 되는 법안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이 지향해야 할 입법 활동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보좌진들이 많이 고민해주고 있다.
최대 역점 사업 서대구역 개통 성과…"4선 도전"
김 위원장은 지역구 최대 업적으로 고속철도(KTX)가 정차하는 서대구역 개통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첫 금배지를 단 직후인 2013년부터 서대구역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당시 대구에는 2004년 개통된 KTX 동대구역이 있었던 만큼 국토교통부는 '1지역1역사' 주장을 펴면서 난색을 표시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끈질긴 설득으로 서대구역은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였고, 한 달 만에 이용객이 37.4% 증가했다. 9개월간 누적 이용자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김 위원장은 “대구 전체 산업단지의 4분의 3이 대구 서남단에 있는데 이들이 동대구역만 이용하는 것은 굉장히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대전에도 대전역, 서대전역이 있고 부산에도 부산역과 구포역이 있듯이 대구에도 동대구역과 서대구역이 있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추후 서대구복합환승센터 개발로 역 주변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서구가 합계출산율 최하위 지역으로 기록되면서 ‘소멸 도시’로 언급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고령인구가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출산율도 줄어드는 추세”라면서도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이 워낙 많아서 일시적으로 이사를 많이 한 요인들도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 1만2520세대가 신규공급 됐고, 2026년까지 2만 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라면서 “16만명이던 인구수도 올해 17만5000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경제 위기론에 대해서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까지 쭉 지켜본 바로는 현재 대기업들의 사업장이 추풍령 이남을 넘어가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충남, 충북 정도까지 내려오고, 수도권에만 대기업 사업장이 몰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새로운 사업장을 지방에 많이 유치해서 고용을 창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젊은 세대들이 대학을 마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수도권으로 이동한다”면서 “신사업 활동을 지방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대구뿐 아니라 국회에 있는 모든 지역구 의원들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4선 출마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임기가 단 하루가 남더라도 지역의 미래와 발전을 구상하고 실천을 계획하는 것이 도리"라면서 "4선 도전으로 지난 의정활동에 대해 당당히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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