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찬란하지 않아도 별일 없이 산다<1>
일상이란 참으로 신기했다. 한 번 올라타기가 어렵지 올라타기만 하면 마치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간 것처럼 쉽게 내려올 수 없다. 때론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목마는 내 의지로 돌아가는 게 아니었다. 내리고 싶다고 내릴 수 있는 게 아니고 목마가 멈춰야 내릴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재미를 느낄 만한 일인지 따져 본다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여유 있게 생각해 본다는 의미이리라. 하지만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잘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 자신에게 친절하게 물어볼 만큼 느긋할 겨를이 없다.
그렇게 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삶이라는 시간표는 다음 시간을 재촉했다. 다음 순서로 넘어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세상은 호의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게으르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재미있는 것,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 수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행운아일 것이다.
재미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잘한다는 얘기는 분명 한 거 같은데 이와 반대로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잘하게 되었고 재미도 느끼게 되었다면 이건 잘못된 건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전제 이전에 먼저 열심히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무엇이든 한번 해봐야 그 일을 알 수 있고 그 안에 숨겨진 진가를 맛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재미있는 일을 찾아내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야말로 행운을 거머쥔 경우라면 재미없는 일조차 열심히 끈질기게 이뤄낸 사람이야말로 삶의 진수를 맛본 거라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한 사람들에게 빛나는 성공이 있다면 의무와 책임을 견뎌낸 사람의 등 뒤에는 스스로를 향한 대견한 미소가 있다.
삶이라는 선물 상자에는 달콤한 사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맛있는 것은 누구나 쉽게 잘 먹을 수 있지만 쓰고 매운 것마저 견딜 수 있을 때 삶의 이면을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어현, <찬란하지 않아도 별일 없이 산다>, 문학공감,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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