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렉카법' 막는다…입법영향분석 법제화 '속도전'
국회의원 발의 법안 20여년간 13배 증가
법안 졸속 심사 우려…"영향분석 도입해야"
6개 법안 계류…운영위원장도 발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안 건수가 지난 20년간 13배 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중 의원발의 법안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5.9%에서 89.4%로 약 24%포인트 뛰었다.
문제는 법안 발의가 급증한만큼 충분한 심사가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졸속으로 법안이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규제 법률안을 제출하기 전 규제영향분석을 통해 사전 검토를 거치지만, 의원 입법의 경우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슈가 터질 때마다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발의한 '반짝 법안'이 쏟아졌고, 정치권에선 교통사고가 터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오는 ‘렉카차’ 와 같다며 ‘렉카법’이라고 부른다.
21대 국회에서 무분별한 의원 입법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영향분석' 도입 논의가 불붙으면서 법제화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이상민 장관 해임안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12일 국회의사당의 모습이 침묵에 쌓여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의원입법 매년 증가…총선 앞두고 '급증' 가능성도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의원입법은 최근 20여년동안 매년 증가했다. 16대 국회에서 1000건대였던 법안 수는 17대 국회에서 5728건, 18대 1만1191건, 19대 1만5444건, 20대 2만1594건까지 늘었다. 아직 회기가 종료되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입법은 전날 기준 2만1282건으로 20대 국회의 98.6%에 달했다.
이처럼 '입법 과잉'이 촉발된 주 원인은 국회의원들의 실적 경쟁이 꼽힌다. 지역 언론 등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법안 발의 건수, 가결 건수 등 정량 지표가 포함되고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지난 총선 공천 심사에 '발의 건수' 지표를 포함하기도 했다. 21대 총선을 5개월가량 앞둔 2019년 11월 녹색당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대로라면 꼼수로 법안 발의 건수를 부풀린 의원들은 좋은 평가를 받고 하나의 중요한 법률을 오래 연구해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 의원은 오히려 나쁜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녹색당의 분석 결과 민주당이 공천 평가에 '2019년 10월까지의 법안 발의 건수'를 반영한다고 밝히자 10월28일부터 일주일간 483건의 법안이 접수돼 11월4일부터 일주일 접수된 법안(152건)의 3배에 달했다.
법안 발의가 폭증하면 그에 따른 심사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졸속 심사가 이뤄진다는 우려가 있다. 접수된 법안을 모두 심사한다고 했을 경우 전체 법안당 평균 심사 시간은 17대 국회 21.2분에서 20대에는 6.6분으로 줄어든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국회의원 1인당 검토해야 하는 법안 건수는 20대 국회를 기준으로 한국이 80.5건으로 미국(40.6건)의 2배, 일본(1.3건)의 약 62배 수준이다.
불필요한 규제 입법이 많아져 국가 성장 동력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제출 법률안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때 1998년 도입된 규제영향분석을 통해 자체 규제심사와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 심사를 거치지만, 정부 제출 법률안은 전체 발의 법안의 3%에 불과하다. 97%에 해당하는 의원입법안은 규제 법안이라도 사전에 영향 분석, 평가하는 절차가 없다.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규제의 신설·강화를 담은 의원입법은 21대 국회에서 1624건 발의됐다.
국회 발의법안 6건…'입법 전반 평가'vs'규제입법에만'
현재 국회에 제출된 입법영향분석 관련한 국회법 개정안은 총 6건이다. 이들은 크게 '규제영향분석' 법안 5개와 '입법영향분석' 법안 1개로 나눌 수 있다. 규제영향분석은 규제에 관계되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사회, 경제, 행정에 관계되는 법안만 평가 대상으로 한다. 반면 입법영향분석은 규제법 외 제정법률안 등 주요 법률안을 포괄적으로 분석 대상으로 한다.
규제영향분석에 관한 법안은 국민의힘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경희·이종배·홍석준 의원이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냈다. 규제의 신설이나 강화를 담은 규제법안을 발의할 때 규제영향분석서를 제출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대부분 국회 입법조사처를 분석 주체로 정했는데, 윤 원내대표 안은 '국회 규제입법정책처'를 신설하도록 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입법영향분석을 도입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176명 의원이 함께 이름을 올렸고, '일하는 국회'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입법영향분석 외에도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안은 제정법률안, 전부개정법률안 등을 발의하는 경우 입법조사처의 입법영향분석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한다.
양당 원내대표·국회의장 '취지 공감'
현재 이들 법안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을 댜표발의한 윤 원내대표가 '연중 통과'를 강조하고 있고 야당 원내대표, 국회의장까지 법안의 취지에 공감대를 표해 법안 처리까지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운영위원장은 여당 원내대표가, 간사는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맡는다.
김진표 의장은 지난 13일 교섭단체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윤 원내대표와 김태년 전 민주당 원내대표 두 분이 공통으로 발의한 법안을 가지고 공청회와 토론회를 한 것으로 안다. 이런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국회 각 기관이 힘과 지혜를 모아서 해야 한다"며 "입법영향분석 제도가 국회 두 분이 관여하고 있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잘 처리돼 21대에서 완벽한 제도를 도입하고 22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성과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18대 국회부터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양당 간 합의되지 못하고 법안 처리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알면서도 오랫동안 방치한 것이 사실"이라며 "21대 국회가 마무리되기 전에 김 의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의원입법의 품질을 높이고 입법 과잉으로 인한 현장의 규제 양산이라는 지적도 겸허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그는 김태년 의원과 공동세미나를 개최한 지난 10일에도 "제가 마침 운영위원장을 맡은 21대 국회 마지막 1년 동안 이 법안을 꼭 매듭지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입법영향분석제도는 취지에 100% 다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아주 기우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의원의 입법 질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혹시 의원 입법 활동을 제약하거나 위축시키는 기제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있어서 그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같이 의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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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화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의원 입법 대부분이 형식적으로 비규제 법안이지만,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비규제법안도 (영향분석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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