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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3막 기업]어르신 식사에 '콧줄'은 그만…젤리식 쌀식품 개발 '복지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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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오 복지유니온 대표

통계청에 따르면 폐렴은 2021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70대 연령에서 사망 원인 4위, 80세 이상에서 3위로 집계되는 등 노인의 주요 사망원인이다. 노인들에게서 이 폐렴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먹는 방식이다. 음식물을 삼키는 속도가 느린 노인들에게서 기관지·폐로 이물질이 흡입되며 생기는 흡인성 폐렴이 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음식물 삼킴(연하) 장애를 앓는 노인들은 흔히들 콧줄(비위관) 식사를 한다. 코에 줄을 꽂아 음식물을 소화기관으로 흘려보내는 식사 방법이다.

콧줄식사는 음식이 기도로 잘못 흘러가는 걸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코와 목에 상처가 생길 가능성이 높고, 교체 과정이 환자에게 고통스러운 등 단점도 많다.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즐길 새 없이 넘겨야 한다는 점은 심리적 우울감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사회적기업 '복지유니온'은 씹고 삼킴이 어려운 노인들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하도움식 ‘효반’을 출시해 판매 중이다. 효반은 점성이 뛰어난 죽 같은 음식으로, 연하장애가 있는 노인 환자들이 콧줄 없이도 삼킬 수 있도록 개발했다. 지난 11일 아시아경제가 서울 복지유니온 사무실에서 만난 장성오 대표(47)는 “코가 아닌 입으로 음식을 먹는 행위는 노인 인권의 문제와도 연관돼있다”며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는 지금 시대에 이제는 노인들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지를 넘어 ‘어떻게’ 먹여야 할지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장성오 복지유니온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장성오 복지유니온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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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복지유니온은 어떤 일을 하나.

▲연하도움식 ‘효반’을 만들어 팔고, 노인복지시설 부분위탁급식서비스를 실시한다. 부분위탁급식서비스란 소규모 요양시설에 영양관리 식단 등을 컨설팅하고 급식을 위탁받아주는 일이다. 최근에는 교육사업도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위탁받아 복지시설 등에서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종사자들과 요양보호사들을 위해 교육을 실시한다. '시니어푸드 코디네이터'라는 교육커리큘럼을 만들어 지금까지 350명을 배출했다.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9년 정도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예전에 요양원에서 근무할 때 노인들이 콧줄을 많이 꽂고 있더라. 음식물을 잘못 삼켜 폐렴에 걸리면 기관 책임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건 이해하지만, 노인들이 무의식적으로 빼고 싶어하기 때문에 손을 묶어놔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건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입으로 먹지 않으니 치매도 쉽게 앓는다. 음식물을 씹지 않으면 뇌에 자극이 가지 않아 뇌가 운동을 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으로 견학을 갔다던데.

▲2010년에 가보니 일본에서는 이미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명식,’ ‘젤리식’ 같은 연하곤란자용 식품을 개발했더라.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 내가 일하던 요양원에서는 200명 중에 50명이 콧줄을 끼고 있었다면, 일본에 있는 100인 규모 시설에서는 한 명도 안 꽂고 있었다. 사업을 하게 된 동기도 여기 있다. 그렇게 이듬해 11월 사업자 등록을 했다.


-효반과 일반 죽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우리 제품은 젤리 같은 점성이 있다. 쌀로 젤리 형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내기도 했다. 젤리형이어야 하는 이유는 노인 분들이 음식을 앞으로도 뒤로도 흘리지 않고 먹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뒤로 흘린다는 건 기도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흡인성 폐렴 및 기도질식 사고사를 예방할 수 있다.


-연하도움식의 효과를 사람들이 체감하나.

▲10년 전에 처음 제품 만들었을 때 한 달에 100만원어치를 팔았다. 근데 제조시설의 한 달 고정 비용이 2000만원이어서 완전한 적자였다. 사람들이 노인 시기를 경험해보지 못하니, 좋은 음식을 먹여야겠다는 생각만 하지 어떻게 먹여야겠다는 생각은 잘 못 하더라. 인식 개선을 위해서 학회나 병원 등에서 발표하고 교육도 많이 했다.


-지금은 어떤가.

▲한 달에 5000만원어치씩 판매 중이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보다 50배 성장한 셈이다. 대기업 생산 라인에서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 제품 자체도 처음에는 냉장 제품으로 출시했다가 이제 1년 정도 실온에 보관 가능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금 계약을 맺고 효반을 납품하고 있는 요양원도 전국적으로 약 100곳 정도 된다. 효반을 먹으며 입으로 섭취하는 습관을 기르다 보니 일반식까지 먹을 수 있는 재활 효과가 나타났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었다. 시설에서 동영상까지 찍어서 보내주더라.


-부분급식위탁서비스라는 사업모델은 왜 택했나.

▲50인 규모 이상의 요양시설에는 필수적으로 영양사를 두게 돼 있는데, 작은 시설은 그렇지 않다. 영양사가 있어도 완벽한 식단 관리를 보장하기 힘든데, 없는 시설은 오죽하겠나. 그래서 내가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영양사를 채용하고, 부분위탁급식을 시작했다. 제도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해보려 나선 것이다.


-매출 규모가 궁금하다. 투자 계획도 있는지.

▲작년 매출이 약 63억원이었고, 이중 급식사업이 80%, 효반이 15%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매출로는 80억원 정도를 기대 중이다. 최근에는 일본의 '뉴트리’라는 케어푸드 브랜드 제품을 수입해 유통하기 시작했다. 전체 매출에서 뉴트리 제품이 20% 이상을 차지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얼마 전 엔젤투자를 받았고, 앞으로도 자체 공장 설립 등을 위해 투자 유치 계획이 있다.


-향후 장·단기 목표가 있다면.

▲일본과 캐나다 등에 제품 샘플을 보내며 수출을 타진 중이다. 아직 성과가 나오는 단계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또, 노인 영양·식생활 진단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 장기적으로는 노인 식생활을 위한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싶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IPO)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세종=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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