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적응 못해 노인 열사병 늘어
"서늘한 지역은 별도의 기준 필요"

서늘한 기온으로 일본 내 피서 명소로 사랑받던 홋카이도가 지구온난화로 갑자기 여름 무더위가 심해지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한 고령자 열사병이 급증하고 있다. 에어컨 보급도 낮아 열사병 피해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아사히신문은 여름에도 서늘한 지역인 홋카이도나 도호쿠 지방의 여름이 지구 온난화로 이상 고온 현상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홋카이도는 최북단이 러시아 사할린과 마주 볼 정도로 북쪽에 위치해 여름 평균 최저기온 17도, 최고기온 24도 정도를 유지하는 지역이다.

일본 기상청의 27일 일기예보. 홋카이도도 최고기온이 30도가 넘는 한여름 날씨에 접어들었다며 열사병 주의를 당부했다.(사진출처=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일본 기상청의 27일 일기예보. 홋카이도도 최고기온이 30도가 넘는 한여름 날씨에 접어들었다며 열사병 주의를 당부했다.(사진출처=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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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홋카이도는 시원하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삿포로시의 2021년까지 5년간 한여름 일수 평균은 14.4일로 20년 전보다 2배로 증가했다. 여름 기온이 낮은 곳으로 꼽히는 도호쿠 지방도 마찬가지다. 아키타시의 2022년까지 일 최고기온 평균은 50년 전과 비교해 1.3도 올랐다.


이렇게 여름 기온이 급격히 오르면서, 고령자 열사병 환자가 크게 증가해 지자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홋카이도는 지금까지 여름이 무덥지 않아 에어컨 등 폭염에 대비한 시설준비가 미약한 상황이라 피해가 더욱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일본에서 폭염 기준으로 삼는 최고기온 35도를 기록한 날의 열사병 이송 환자 수는 이를 뒷받침한다. 여름철 평균기온이 23도를 넘는 37개 도도부현(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구 10만명당 평균 1명 전후를 보인 것에 반해, 평균 기온이 22도 이하인 5개 도·현(홋카이도·아오모리·아키타·이와테·미야기)에서는 2명으로 리스크가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열사병 피해는 기온 상승과 맞물려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립환경연구소 기후변화적응센터가 2017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1세기 말까지 세계 평균 기온이 2도만 올라도 홋카이도, 아오모리현, 이와테현에서는 열사병 이송 환자 수가 대폭 증가한다. 센터는 1981년~2000년 대비 2031~2050년에는 환자가 2~3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는데, 같은 기간 수도 도쿄의 환자 수가 1.6~1.8배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같은 온도의 폭염이 발생해도 원래 서늘한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더위에 몸이 익숙하지 않아 열사병에 걸릴 확률이 더욱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아키타시가 속한 아키타현은 지구 온난화 대책 추진계획으로 "열사병 발생률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홋카이도 아츠마정이 공지한 열사병 예방 대책.(사진출처=아츠마정 홈페이지)

홋카이도 아츠마정이 공지한 열사병 예방 대책.(사진출처=아츠마정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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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고온에 필수인 에어컨 보급도 비상이 걸렸다. 홋카이도나 도호쿠 지방은 에어컨 보급률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곳이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이 지방은 2인 이상 가구의 에어컨 보급률이 70%로, 전국 평균 90%보다 낮다.


홋카이도 가정들도 앞다퉈 에어컨 설치에 나서면서 물량 확보와 설치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일본 내 가전양판기업 야마다홀딩스에 따르면 5년 전부터 홋카이도의 에어컨 매출은 꾸준히 증가해 2020년 에어컨 매출은 홋카이도에서 전년 대비 1.4배, 도호쿠 지방에서 1.1배 뛰었다. 관계자는 "그동안 에어컨 없이도 여름을 보낼 수 있던 지역에서도 수요가 늘었다. 설치 공사를 위해 기다리는 사람도 늘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이 지구 온난화의 타격을 더욱 심하게 받을 것이라 보고, 지역별로 폭염의 기준을 구분하는 대책이 우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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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케 야스후미 데이쿄의대 부속병원 고도구명응급센터장은 "폭염경보나 열사병 경계경보를 '기온 35도 이상' 등의 일률적인 기준으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며 "서늘한 지역이라면 더위 지수가 낮아도 경보를 내릴 수 있게 하거나, 여러 단계를 만드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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