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정당 혁신, 불체포특권 포기가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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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혁신위원회에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혁신의 첫 일성으로 요구했다.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 오남용에 대한 비판 여론은 쭉 있었지만, 최근 그런 비판 여론은 주로 민주당을 향했다. 이재명 대표가 논란의 한 가운데 있었고,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 의원들만 이 특권을 누렸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재명 대표 자신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당 차원에서는 아직 갑론을박 중인 상황에서 폐지 서약을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혁신위가 던진 것이다.


알다시피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면책특권과 더불어 우리 헌법에 규정돼 있다. 대의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왕권이나 독재권력으로부터 의회정치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으로 도입된 특권이다. 그러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서 의회정치 보호를 위한 장치로서 특권의 필요성은 줄어들었다. 오히려 특권 오남용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커졌다. 네덜란드나 노르웨이처럼 아예 불체포특권을 두고 있지 않은 나라도 있다. 특권으로 두고 있더라도 정상적인 의회정치가 방해받지 않을 정도로 한정해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제헌헌법 때부터 불체포특권을 헌법상의 권리로 부여한 이래,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되는 등 체포 구금 환경이 바뀌었지만, 국회의 체포 동의 요건이나 절차는 별로 바뀌지 않았다.

일반 국민과 다르게 국회의원에게 별도의 특권을 부여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가 다수다. 시대변화에 따라 여러 정치인이나 정당들이 불체포특권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당 쪽에서 정치탄압, 검찰독재 등을 거론하면서 특권 활용이 불가피한 시대라고 했다. 불체포특권이 불필요하다고 했던 이재명 대표도 사실은 후보 시절부터 그 특권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선 후보 때나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때 낙선하면 죄를 뒤집어쓸 것이라고 했다. ‘검찰독재’에 대한 방어이든, 특권을 이용한 방탄이든 불체포특권의 필요성을 역설한 셈이다. 그러다가 최근 이 대표가 그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한 것이다.


국회법 개정을 통해 특권 남용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한다면 의회정치에 대한 신뢰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은 특권을 이용한 방탄 논란 이전에, 국회의원들의 불법비리 자체가 불신의 근본적 원인이다. 그 점에서 정당에서 배출하는 ‘선량’들의 도덕성과 역량을 높이는 데 정당 혁신의 방점이 있어야 한다. 정당 실세에 대한 충성파나 홍위병이 득세하는 최근의 정당정치 풍토가 의원들의 도덕성과 자질을 뒷전으로 밀리게 만들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민주당 혁신위는 이재명 대표 체제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문제를 혁신해야 한다는 당위적 동기로 출발한 것이다. 지도부를 대체하는 비상대책위가 아니라 현 지도부 체제 아래에서 운영되는 혁신위원회다. 자가당착적인 상황을 넘어서는 혁신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당 자체가 가치나 목적은 아니다. 좋은 정치를 위한 도구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민의 정치적 도구인 정당이 오히려 국민을 볼모로 잡고 있다. 불량품이더라도 어차피 양당이 주고받으면서 공생하는 독과점 체제가 혁신 대상이다. 좋은 정당은 성장하고 불량 정당은 퇴출당하는 정당체제의 경쟁적 민주주의가 작동돼야 한다. 그래야 정당 내부의 건강한 민주주의도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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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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