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원전, 방폐장부터]부지 선정만 13년 걸리는데…여야 손놓은 고준위 방폐장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국회 심의 늦어져
하반기 총선모드 돌입에 골든타임 지나나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포화
원전에 쌓여가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영구히 처분하는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여야는 2021년 이후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마련을 위한 특별법 3건을 발의했으나 좀처럼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기존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은 가득 차 터지기 직전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고 건설, 운영하기까지 길게는 40년 넘게 걸리는 만큼, 여야가 초당적인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있어 해를 넘기면 법안 마련에 ‘실기(失期)’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원전소재 지방자치단체 행정협의회 소속 자치단체장과 국민의힘 이인선, 한무경, 김영식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참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신속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손병복 울진군수가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고준위 방폐물이란 고열과 고농도의 방사능을 보유하고 방출하는 핵종(核種)이며, 대표적으로 사용후핵연료가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 속에서 핵분열 반응 중에 생긴 핵분열 생성물 때문에 높은 방사능을 갖고 있으며, 핵분열 반응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열을 발생한다. 안전하게 처리하려면 열을 식히고 방사선을 막아주는 처분장이 필수다.
현재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을 마련하기 위해 3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2021년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난해 김영식,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는 지난달까지 7차례에 걸쳐 발의안을 심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특히 국회가 하반기부터 사실상 총선 모드로 돌입할 것으로 보여, 특별법을 상반기에 처리하지 못하면 무산될 수도 있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국회에서 여러 차례 심의를 진행했음에도 특별법이 좌초될 처지에 놓였는데, 쟁점 사항에 대해 이견을 좁히고 해결하려는 정치력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원자력 발전소를 품고 있는 5개 지방자치단체(울진군·경주시·영광군·기장군·울주군)는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원전과 탈원전 사이에서 정책 기조를 바꿔온 가운데 이들 지자체는 원전 건설 후 높은 수준의 방사성을 내뿜는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고준위방폐물)'을 끌어안고 살았다며 특별법 처리를 촉구했다.
특별법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 사용후핵연료는 계속 쌓이고 있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1분기 기준으로 1만8550t(52만1828다발)이다. 현재 운영 중이거나 운영을 중단한 국내 27개 원전 부지 내 습,건식 저장시설에서 보관 중이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는 오는 2030년 한빛원전(포화율 78.7%)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76.3%), 2032년 고리원전(87.6%)까지 순차적으로 저장시설이 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학 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추진단장은 "특별법을 제정하더라도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는 절차만 최소 1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처분장 부지 선정을 포함해 그전까지 원전 내 저장시설 확충도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1983년 방사성폐기물 관리 대책위원회를 설립한 이후 40년간 9차례에 걸쳐 처분시설 부지 확보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안면도와 굴업도, 부안에 이르기까지 모두 실패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특별법에는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부지 선정절차에 주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아울러 현재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하고 있는데, 특별법을 통해 영구적인 저장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원전 지역 주민에게 보장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특히 고준위 방폐장은 '친원전'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윤 정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이른바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했는데, 원전이 무탄소 전원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고준위 방폐장을 확보하고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토록 하는 요건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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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을 가동 중인 다른 나라들은 이미 처분장 건설을 진행 중인 곳도 있다. 핀란드는 올킬루오토 지역 지하 암반에 처분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2024년 가동 앞두고 있다. 스웨덴이나 프랑스는 부지선정을 완료하고 심층처분 시설을 짓고 있으며, 스위스와 독일은 부지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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