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in] 野대표 '핵폐수' 발언에 "불필요한 우려" 직격한 차관…확 바뀐 尹내각 소통
총리부터 장관까지 강조한 '정부 성과'
비판에는 적극 대응…야당 대표 발언도 지적
근로시간 개편 좌초에 "소통 더 적극적으로"
尹 "여론 반영" 韓 "설득시간 더 투입"
윤석열 정부 내 고위 관료들이 여론을 주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위 ‘보여주기식 노력’은 지양하자는 집권 초 분위기와 달리 정부가 잘한 것은 선명하게 드러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부를 향한 야당과 일부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도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여론 동향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정부 정책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적 확실히 알리자…총리부터 장관까지 '성과' 강조
지난 21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가진 백브리핑에 직접 문서 10여장을 들고 왔다. 한 총리는 격주에 한 번 기자단으로부터 현안 질의에 대답하는 백브리핑을 진행한다. 백브리핑에서는 기자단이 사전질의서를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한 총리는 그간 별다른 서류 없이 참석해 즉석에서 대답해왔다. 이날 한 총리가 들고 온 서류에는 고용, 물가, 성장, 소비, 수출 등 주요 경제 데이터가 있었다.
한 총리는 “경제가 완전히 좋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는 지표들을 강조했다. 고용부문에 대해서는 “상당히 활성화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고, 소비부문 역시 “내수의 중요 축인 소비가 괜찮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성공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는 경제 영역을 국무총리가 최일선에서 홍보한 셈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공감 공부모임에서 김정재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달 들어 물가와 고용에 대한 정부의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6월에는 (물가상승률이) 2%대 후반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6일 뒤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에서는 직접 하반기 경제 반등 가능성과 호조를 보이는 고용 상황을 언급하며 “주눅들 필요 없다”,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주문했다.
비판 여론은 적극 대응…야당 대표 발언도 지적
비판 여론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박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일일브리핑이 대표적이다. 각 유관부처는 최근까지 방류와 관련된 비판에 하나하나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5일부터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방류와 관련된 정부 입장과 과학적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보도자료에는 일부 언론에서 나온 기사까지 언급하면서 반박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방류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창구를 일원화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이용할 방침이다.
반박의 수위도 덩달아 높아졌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정부가 일본의 대변인이냐’는 식의 지적에 대해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지난 16일과 20일 “모욕적”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대응했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폐수’ 발언에 지난 19일 “국민들에게 과도하고 불필요한 걱정과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꼬집었다. 차관급 인사가 야당 대표의 발언에 직접 문제를 제기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회에서도 야당의 공세에 강하게 맞서는 모습이 보였다. 한 총리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 “단 한 번도 요금인상을 하지 않은 정부가 바로 의원님의 정부”라면서 “잘못한 겁니다. 잘못한 거예요”라고 재차 지적했다. 지난 2월 7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기료 문제를 논의했을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 한 총리는 서 의원으로부터 ‘총리로서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음에도 비교적 차분한 톤으로 말을 이어갔다.
여론질타에 좌초된 근로시간 개편…"대국민 소통 적극적으로 전환"
실제 윤 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집권 초만 해도 성과를 홍보하고 비판에 맞서는 데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 스스로가 후보 시절부터 “저는 쇼 안 한다”는 말을 할 만큼 ‘보여주기’와 거리를 둬왔기 때문이다. 집권 후 첫 업무보고도 정부세종컨벤션센터 등지에서 대규모로 진행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실·국장이 배석하지 않는 장관 단독 보고로 진행했다.
이에 정부부처와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열심히 일해서 낸 성과가 제대로 홍보되지 않는다는 토로가 많았다. 여론의 비판에도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메시지에 혼선이 생기면서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장 첫 업무보고만 해도 윤 대통령의 의중이 사후 브리핑을 거쳐 전달되면서 잡음이 일었다. 윤 대통령이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기 바란다’고 했는데 돌봄서비스의 정착과 여론 수렴이라는 전제가 생략되면서다.
관가에서는 언론 대응과 홍보에 대한 분위기가 바뀐 결정적 계기가 지난 3월 있었던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였다는 얘기가 돈다. 언론 대응 업무를 맡은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당시의 반성으로 대국민 소통을 적극적으로 바꿨다는 설명이 맞다”고 귀띔했다. 당시 고용부는 공짜 야근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제도를 발표했지만 주 69시간 프레임에 갇혀 추진 동력을 잃었다. 해명 과정에서는 이정식 장관이 “요새 MZ세대들은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고 하는 등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말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尹 대통령 "국민 여론 반영되게", 韓 총리 "설득에 시간 더 투입"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지난 3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수석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히 청취한 뒤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그러자 윤 대통령부터 같은 달 2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내각을 향해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면서 “그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근로시간 개편안이 미숙한 언론 대응과 부족한 여론 수렴으로 좌초된 데다 다자녀 남성의 병역면제 법안 등 정비되지 않은 논의가 공개된 게 원인이었다.
한 총리도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변화를 시사했다. 지난달 17일 한 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우리가 정책 발표를 하고 여론 수렴을 하는 과정에서 전달이 잘 안 돼서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이 있다”면서 “오히려 순서를 바꿔서 중요한 이슈일수록 먼저 공개하고 국민이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시간을 이해당사자, 언론, 시민단체 설득에 투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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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의 성과를 제대로 알려달라는 여당의 주문도 작용했다. 지난 13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는) 국민안전과 국민안심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대국민 홍보와 설득으로 안심을 끌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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