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위성 실패한 북, 열병식 준비 동향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이 다시 포착돼 내달 개최가 예상된다. 위성 발사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전승절에 맞춰 재발사에 나설 확률이 높아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상업위성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북한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의 열병식 훈련장을 지난 15일 촬영한 사진에서 다수의 병력과 차량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열병식 준비는 6·25전쟁 정전 기념일이자 북한에서 '전승절'이라 부르는 내달 27일을 겨냥해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했다.

사진을 분석한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정성학 연구위원은 병력 규모를 4000∼8000 명, 차량을 700∼800대로 추정했다. 그는 "최근에 보지 못했던 대규모 열병식 훈련 모습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열병식을 준비하면 미림비행장 외에 각지에서도 따로 열병식 훈련이 이뤄진다며 실제 참가 병력은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했다가 실패한 지난달 말 즈음부터는 열병식 훈련장 일대에서 차량·병력이 사라졌다가 지난 10일부터 다시 훈련장에서 움직임이 나타났으며 11일부터는 본격적인 행진 연습이 시작됐다고 RFA는 전했다.

만약 기술적인 문제가 크게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면 북한은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전승절에 맞춰 재발사에 나설 확률이 높아 보인다. 위성 발사 성공은 주민들의 사기와 결속을 끌어 올리고 부진한 경제 성과 속 분위기를 일신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최근에도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소년호' 방사포 증정모임 등 주민들을 대상으로 애국심을 부추기는 대중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위성 발사 실패를 고강도로 총화(결산)하며 '무책임한 일꾼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 등을 두고 기술적 결함이 생각보다 심각해 재발사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북한은 이번 열병식으로 위성 발사 실패를 만회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며 무력 과시에 나서려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열병식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하거나, 열병식 이전에 재차 위성 발사에 도전하고 만약 성공할 경우 이를 열병식에서 과시하려 할 수 도 있다.

북한의 최근 열병식은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 '건군절' 75주년을 기념해 열렸고 당시 최신형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등이 공개됐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