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으로 숨진 딸, 억울함 호소하려 찾은 변호사가…
소송 연달아 불출석 패소, 억울함 풀지 못해
당사자인 권경애 변호사 정직 1년 처분
피해 학생 엄마 "딸 어떻게 보러 가야 할지"
학교 폭력으로 숨진 피해 학생에 관한 소송에 연달아 불출석해 의뢰인의 패소를 초래한 권경애 변호사에게 정직 1년의 징계가 내려지자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의뢰인인 유족 측은 "이러니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에 시달린 끝에 2015년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고(故) 박주원양의 어머니 이기철씨를 대리해 2016년 가해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가 지난해 9∼11월 항소심 변론기일에 세 차례 불출석해 11월 패소했다. 민사소송법상 대리인 등 소송당사자가 변론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박양의 어머니 이씨는 지난 20일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도저히 내일 주원이를 어떻게 보러 가야 할지 너무너무 참담해서 지금 제가 저를 주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변협 징계위원회 심의 결과는 주원 양의 기일 이틀 전인 19일 나왔다. 권 변호사에게는 앞서 변협 조사위원회가 건의한 '정직 6개월 이상'보다는 무겁지만 유족 측이 주장한 '영구제명'보다는 비교적 가벼운 '정직 1년' 처분이 내려졌다. 변호사 징계 종류는 영구 제명, 제명(5년),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으로 구분된다.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19일 오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징계위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씨는 YTN과 인터뷰에서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변협에서는 중징계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영구제명이 어렵다면 5년 제명이라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조사위원이 6개월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너무 기가 막혀서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조사위원들이 '권경애가 경제력을 잃으면 배상을 못 할 것을 고려했다' 이런 말을 하더라"며 "지금 누구를 걱정해야 하나. 어떻게 가해자를 걱정하나. 그러니까 제 식구 감싸기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대응 계획에 대해서는 "어떤 절차를 할 수 있는지 아는 바가 없다. 변호사와 통화해보니 변협이 직권으로 징계위를 여는 경우에는 저는 불복 신청을 할 수 없고 권경애만 할 수 있다더라"고 말했다.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진 지난 4월에도 영구 제명은 중징계인 만큼 요건이 까다로워 사실상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변호사법 91조에 따르면 2회 이상 정직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후 다시 동일한 징계 사유가 발생하면 영구제명될 수 있다.
하지만 의뢰인을 대리해 소송을 성실하게 진행해야 하는 변호사 기본 의무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보다 강한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방변호사회에서 예비조사위원을 역임했던 김준우 변호사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기존의 선례에 비춰봤을 때는 비교적 강한 처분"이라면서도 이번 징계 처분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공감했다.
김 변호사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징계의 양정 기준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동의하며 "무조건 엄벌주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느낌은 있다. 갑자기 (징계 수위를) 올릴 수는 없지만 변협에서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권 변호사 등 3명을 상대로 2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씨는 권 변호사가 서류를 받지 않아 소송이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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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권 변호사가 언론을 통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주소를 알려주지 않아서 (서류를) 받지 않다가 지난 6월15일에 겨우 서류가 송달됐다"며 "그 서류가 전달돼야만 소송이 시작되는데, 소송 시작하고 3개월이 지난 거다. 서류 안 받아서 시간을 계속 끈 것인데 이게 어떻게 (사과가) 진정성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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