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 마련된 대국장에 모인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탄식도 들렸다. 이세돌 9단이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186수 만에 돌을 던진 순간이었다. 이 9단의 불계패. 집수의 차이가 커 계가를 할 필요가 없는 패배였다. 경기 전에는 승리를 낙관했기에 인간을 능가하는 AI가 불현듯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알파고 쇼크’라고 했다. 이 대국은 세계 각국이 앞다퉈 AI 기술력 확보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7년이 지난 2023년, 우리는 또 다른 AI와 맞닥뜨렸다. 알파고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 얘기다. AI라고 불리는 것은 같지만, 7년의 시간이 지났기에 알파고와 챗GPT는 사뭇 다르다. 굳이 기술의 차이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챗GPT에게 물어보면 된다. 알파고와 챗GPT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알파고는 바둑을 두는 데 특화돼 있고 이를 위해 특정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반면 챗GPT는 자연어 대화를 위해 설계된 범용 언어 모델이며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응답을 생성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내놓은 답도 답이려니와,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이미 알파고와 챗GPT의 가장 큰 차이를 보여준다.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학습해 바둑을 두는 알파고는 놀라웠으나, 멀찌감치 떨어져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누구나 물을 수 있고 손색없는 답을 하는 챗GPT는 어느새 우리의 삶 속으로 성큼 들어온 존재다. AI가 산업은 물론 우리 생활도 바꿀 것이라는 말이 과거엔 그저 전망이나 선언적 구호에 그쳤다면 이제는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알파고 쇼크’ 이후, 이제는 현실로 다가온 ‘AI 시대’를 제대로 준비해 왔을까. 역시 챗GPT에게 물었다. 챗GPT는 "한국의 AI 기술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계속해서 크게 발전하고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는 AI 분야에서 전환점이 됐고 복잡한 의사결정 업무에서 AI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이후 한국의 AI는 다양한 영역에서 주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고 평가했다. 제법 긍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연구, 산업 응용, 스타트업 생태계, 인재 육성,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한국은 세계 AI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고 했다. 최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한국의 AI 스타트업들은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경쟁력을 완벽히 갖췄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역량 등 AI가 발전할 수 있는 자산을 이미 많이 갖고 있고 한국의 스타트업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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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 기업이 AI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정부도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적인 지원을 지속한 결과다. ‘쇼크’ 상태에서 여기까지 왔다. AI 기술을 붙잡고 분투한 많은 스타트업의 혁신도 한몫을 했다. 알파고와 챗GPT 사이, 우리도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다. 이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 등에는 아직 뒤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저 선망하기만 할 일도 아니다. 이제 우리 경쟁력을 다져 무대에 올라설 때다.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오픈AI를 넘어서는 기업이 나오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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