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 한 집회 소음규제, 국민 피해 외면…실효성 높여야"
국민 4명중 3명 "집회소음으로 일상 피해"
해외 사례 참고 현실적 규제 도입 필요성 ↑
집회 때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관련 법에서 집회 소음의 평균값을 따져 단속 기준으로 삼는데, 집회를 주최하는 쪽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낸 후 일정 시간 소리를 줄여 평균을 낮추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집회 소음의 평균값을 단속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집회를 주최하는 쪽에선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낸 후 일정 시간 소리를 줄여 평균값을 낮추는 식으로 대처한다. 인신공격성 비방이나 욕설 등 소음의 내용과 지속 시간 등은 사실상 규제조차 없다.
경찰청 여론조사(2020년)에선 우리 국민 74.6%가 집회 소음이 일상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답했다. 일반 시민 4명 가운데 3명이 소음피해로 힘들어한다는 얘기다. 반면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소음 규정을 한 차례만 어겨도 곧바로 규제 대상이 되거나 형법에 시위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소음 관련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갖추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집회 시위에 관한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온 영국 등도 최근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일반 시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적절한 규제 도입을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시는 집회 신고를 했더라도 확성기를 사용하려면 경찰과 관할 지자체로부터 1일 단위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러 날에 걸쳐 시위가 이뤄질 경우 집회 신고는 최초 1회만 해도 가능한 반면 확성기 사용에 필요한 소음허가는 매일 갱신해야 한다. 뉴욕 경찰 당국은 소음허가 신청 시 일 4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해 무분별한 확성기 사용을 막는다. 또한 전날 시위 소음과 인근 주민들의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음 날 소음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만일 허가 받지 않은 소음 기구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기구의 압수 또는 벌금 부과 등의 제재도 가해질 수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와 같이 소음 관련 처벌 조항을 형법에 명기한 곳도 있다. 소음 유발행위를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과 구류 등 형벌을 부과하는 식이다. 워싱턴D.C.에서는 소음규제법에 의해 상업 지역 기준 주간 65㏈, 야간 60㏈을 넘는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 만약 위반 행위가 계속되면 시위자는 현장에서 체포돼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대부분 지자체가 시위 현장으로부터 10m 떨어진 지점에서 85㏈을 초과하는 소음을 ‘폭력적 소음’을 의미하는 ‘폭(暴) 소음’으로 규정해 원천 금지한다. 이를 한 번만 어겨도 경찰이 즉시 규제한다. 위반상태가 지속되면 강제퇴거, 자택구금까지 가능하다. 가나가와 등 일부 지자체에선 확성기를 쓸 경우 1회 10분간 시위 소음 유발 뒤 15분간 중단하는 등 강제 규정이 있다.
시위 규제를 최소한으로 유지해오던 영국은 최근 ‘경찰, 범죄, 양형 및 법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위 소음 규제를 새로 도입했다. 시위 소음이 주변 기관의 활동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인근 시민에 중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경우 경찰이 개입할 수 있다. 위반 시 징역형과 벌금형을 동시 부과할 수 있는 등 처벌 수위도 높다. 이밖에 ‘연방환경오염보호법’으로 시위 소음을 환경오염과 같은 선상에 놓고 구체적 허용 기준을 세분화한 독일과 신고 단계에서부터 인근 주민에 대한 소음 대책 제출을 의무화한 프랑스 등 해외 국가는 일찌감치 무분별한 시위 소음으로부터 일반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현행 국내 집시법은 시위 참가자의 권리와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할 일반 시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10분간 측정한 평균 소음이 65㏈(주거지역 기준)을 넘거나, 최고소음 기준인 85㏈을 1시간 동안 세 차례 이상 넘기면 규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시위 참가자들은 5분간 큰 소음을 낸 후 나머지 5분은 소리를 줄여 평균값을 낮추거나 1시간에 두 번만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내는 식으로 제재를 피한다.
대기업 사옥 주변은 시위 소음으로 피해가 빈번한 곳으로 꼽힌다. 기업이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점을 활용, 자극적으로 시위를 벌여 주장을 관철하려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본사 인근에서 시위하는 A씨는 과거 일하던 판매 대리점 대표와 불화 등으로 계약이 해지된 후 이와 무관하게 본사 쪽에 법적 근거 없이 복직을 요구하며 10년째 소음을 동반한 시위를 하고 있다.
법원은 A씨 해고에 대해 회사의 책임이 없고 A씨 표현 일부가 도를 넘어섰다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A씨는 법원에서 지적한 일부 표현을 고치고 장송곡을 운동가요로 바꿨을 뿐, 이후에도 기업 직원과 인근 시민을 볼모로 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서초구 SPC 사옥 부근 노조 시위에서 소음이 나자 인근 주민은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현수막을 내걸고 항의했다. 하이트진로 사옥 주변 시민들은 시위 중단을 요구하며 탄원서를 낸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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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회 들어 소음 규제를 강화하는 취지의 입법안이 모두 9건 발의됐으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한 전문가는 "과도하고 반복적인 시위 소음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엄격히 제한할 수 있도록 집시법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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