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中대사 발언 '일파만파'… '외교적 기피인물' 지정 가능성은
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 여론
中 '전랑외교' 일환으로 해석
맞초치로 양국관계 급격 경색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의 돌출 발언에 대한 파장이 증폭되는 가운데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라틴어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대사나 공사 등 외교사절 중 특정 인물을 접수국 정부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때 이를 선언한다. 이 선언이 있으면 외교관으로서의 면책특권이 사라진다. 타국 외교관에게 부과할 수 있는 가장 큰 처벌이다.
12일 외교가에 따르면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대사의 만찬 회동 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싱 대사는 이 자리에서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데,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전략을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내정간섭으로 비칠 수 있는 부적절한 언급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김포-중국 노선 운항이 3년 만에 재개된 가운데 27일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열린 ‘김포-북경·상해 노선 운항재개 기념식’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여기에 우리 정부가 지난 9일 싱 대사를 ‘초치’한 데 대해 중국 정부도 전날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에 대한 ‘맞초치’로 응수하면서 양국 관계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여당은 싱 대사의 과격한 발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까지 언급하며 집중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벨기에 전 대사 폭행 때도 자국 정부 중징계..페르소나 논 그라타 가능성 적어
다만 현재로서 우리 정부가 싱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선언할 여지는 크지 않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1분기 기준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20%’ 선이 깨진 19.5%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총수출액 1위 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싱 대사에게 강도 높은 외교적 조치를 취할 경우 양국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경색될 수 있다.
실제 2021년 주한 벨기에 대사의 아내가 국내에서 옷가게 점원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을 때도, 벨기에 정부가 즉시 귀국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국외 근무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논란이 일단락됐다. 우리 정부가 벨기에 정부에 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은 하기 전에 자국 정부가 먼저 중징계 조치를 취했다. 2003~2005년 당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 타카노 토시유키 주한일본대사에 대해서도 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 여론이 있었지만, 이행되지는 않았다.
통상 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은 접수국이 파견국에 통보하는 것인데, 큰 외교적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데다 양국의 우호·선린 관계를 의식해 국제적으로도 드물게 일어나는 외교적 행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와 싱 대사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 마련 방안, 양국 간 경제협력 및 공공외교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원본보기 아이콘싱 대사 '선 넘는 발언' 中 전랑외교'가 낳은 반작용 해석도
2018년 영국에서 러시아 이중스파이였던 세르게이 스크리팔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이 발생했고, 영국은 이 사건 개입을 이유로 러시아 외교관 23명에게 페르소나 논 그라타를 선언, 추방했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독일, 덴마크,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등도 같은 이유로 러시아 외교관에게 페르소나 논 그라타를 선언했다. 말레이시아는 2017년에는 자국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피살사건’을 이유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 조치했다.
싱 대사의 발언이 이른바 중국식 ‘전랑(늑대전사) 외교’의 일환인 만큼 페르소나 논 그란타 지정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전랑 외교란 중국이 자신의 국익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제에 대해 외교관들이 방송 출연, 기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외교를 뜻한다.
싱 대사는 2021년 7월 대선 주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명백히 우리 주권적 영역”이라고 밝히자, 이례적으로 반론 형식의 기고를 했다. 지난해 10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는 한중관계가 큰 고비를 맞았다며 “가장 큰 외부요인은 미국”이라고 했다. 지난달 MBC 라디오 출연해서는 “한중관계가 더 나빠질 위험을 우려한다”며 양국 관계에 대해 거친 발언을 이어왔다. 2020년 1월 부임한 싱 대사는 그해 5월 언론 인터뷰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을 공식 지지해 달라며 한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앞서 지난달 8일 캐나다 정부는 중국을 비판한 캐나다 정치인을 협박하려 한 혐의로 자오웨이(趙巍) 주캐나다 중국 영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한 바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