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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중국의 선택지는 이것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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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중국에서 며칠간 먹통 상태다. 한중 관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주요 7개국(G7)의 공동성명에 중국이 불만을 터트리던 와중에 발생한 일이다.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접속을 차단하고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는 안팎의 해석은 정황상 매우 설득력이 있다.


의도적으로 사이트 접속을 막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 중국 외교부는 "구체적 정보가 없다. 담당 부서에 문의해달라"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주중한국대사관도 중국 정부 측에 상황을 알아봐달라고 문의했으나, 별다른 연락이 오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20년 이상 거주한 한 소식통은 네이버 차단이 놀라울 것도, 별다른 것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톈안먼 사태(6월 4일)를 앞두고 중국은 통상 1주일여 전부터 검열과 여론 통제의 목적으로 해외 주요 사이트를 막아왔다고 한다. 물리적 방역이 강화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그 강도가 다소 낮아졌었는데, 올해 예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교민들에게 이번 먹통 사태는 큰 의미가 없다. 원래부터도 가상사설망(VPN) 없이는 네이버의 카페, 블로그, 특정 언론사 홈페이지 등에 접속할 수 없었다. 현재는 여기에 더해 네이버 뉴스 홈페이지 접속이나 기사 확인, 기사 검색, 웹툰 서비스 접속 등을 할 수 없게 된 정도다. 이메일의 경우 상황에 따라 연결이 됐다가 끊겼다가 종잡을 수 없고, 체감상 평소 대비 접속이 불안정하고 속도가 느리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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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 프로그램인 카카오톡도 VPN을 통해서만 우회적으로 접속할 수 있다. 구글·유튜브·인스타그램·넷플릭스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플랫폼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이 때문에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즐겨 보는 중국인들 역시 상당수가 VPN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나 당대회 등 주요 정치행사를 전후로는 아예 VPN 검열을 강화해 중국 사이트 외에는 접속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미국 마이크론 제품 판매 금지 조처를 비롯해 중국은 불편할 일을 맞닥뜨릴 때마다 한결같은 선택지를 손에 든다. 보복 조처를 한 뒤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거나, 최대한 자국에는 피해가 없는 방식으로 엉뚱한 기업이나 개인을 때리거나, 일단 말이 안 나오게 틀어막는 통제의 방식이다. 보복의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고, 억지 논리일지언정 명분을 만들어놓기 때문에 정공법으로 항의하거나 대응하는 것이 먹히지 않는다. 이미 결정됐던 한국 연예인의 중국 TV 프로그램 출현을 갑자기 취소시키거나, 한국 가수의 콘서트를 직관한 중국 유명인들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역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의 상황과 오버랩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중국의 국격은 위협받는다. 경제 덩치가 급성장해 미국을 긴장케 하는 수준이 됐지만, 외교와 정치는 자주 합리와 이성을 잃는다. 중국이 올해 들어 외치고 있는 '질적 성장'은 산업과 경제의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사사로운 불편을 초래하고, 유명인을 망신 주는 것은 격 있는 외교적 대응일 수 없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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