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發 혼란 안정화…주주권 보호 법안 개정 속도 느려
금융회사 부실 대비한 시장 안전판 마련 필요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시장 침체 국면에 ‘시장 혁신과 투자자 신뢰 제고로 모험자본 활성화’를 국정 과제로 제시하며 출범했다. 출범 5개월차에 레고랜드 사태를 맞아 대규모 유동성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불안했던 자본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정한 시장 생태계 조성, 모험자본 활성화 등을 위한 제도 개선 성과는 다소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전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기업 실적 악화 등 시장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차례 실기했지만…위기 대응책 주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윤 정부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의 콘트롤타워 기능이 제때 작동하지 않으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막히고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 시장 금리는 폭등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금리는 20%에 육박했고, 그나마도 차환이 막히면서 자본시장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흘렀다. 정부 보증 한전채 금리는 6~7% 수준까지 상승했다.


정부의 실기에도 다행히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이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연쇄 부도와 같은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주축으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으로 구성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비상거금회의)는 뒤늦게나마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채권시장과 단기금융 시장 등에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정부 대책은 효과를 발휘했다. 국고채와 한전채 등의 채권시장 금리는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저등급 회사채와 PF ABCP 금리도 서서히 내려왔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유럽의 은행 위기, 대체투자 부실 위험 등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PF 부실과 기업 실적 악화가 겹치면서 신용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

국내 대형 증권사 투자은행(IB) 대표는 "한 번의 실기가 있었지만 늦게나마 나온 유동성 지원책이 시장 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전히 대내외적으로 시장을 위협하는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이 특정 은행 위기를 속도감 있게 해결하면서 시장을 진정시킨 것처럼 추가로 불거지는 위협에 대해서는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제도 개선 속도감 아쉬워"

자본시장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개인이 공매도를 할 때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주가 하락이 과도할 경우 공매도가 자동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장기간의 주가 하락 국면에서 공매도가 차단되면서 공매도 담보비율 형평성 개선 등의 제도 개선에 눈에 띄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또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도 무기한 유예됐다. 추 부총리가 "아직은 투자자와 시장이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고 밝히는 등 시기상조라는 상황 인식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소액주주 권리 강화’ 관련 법안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물적분할 제도와 상장폐지 요건을 정비하고 내부자거래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금융위 소관으로 추진됐다. 금융위는 지난해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안을 잇따라 내놨다. △물적분할 시 모회사 소액주주 권리 보호 △상장폐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투자자 보호 △내부자 지분 매도 시 사전 공시 △주식 양수도에 의한 경영권 변경 시 소액주주 보호 등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외면받던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고 보호하겠다는 정책이다.


[尹정부 1년](16)자본시장 제도 반쪽 개선…시장 불안 요인 상존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금융위를 포함한 정부 부처가 자체적으로 추진 가능한 규정 개정이나 시행령 개정에만 머물러 있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논의가 필요한 상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같은 법제화는 제대로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강조하는 상법 개정안은 민주당 이용우 의원안과 박주민 의원안이 나와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대정부 질문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 바꾸는 게) 좀 획기적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 "정부안을 별도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AD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내부자 거래 규정 개정과 같은 투자자 보호책에 대한 방향을 잘 잡고 있지만, 제도 개선에 대한 속도감이 아쉽다"면서 "하반기 금융회사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비율을 높이는 등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에도 완벽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