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이 꼬일 대로 꼬여 결국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선임된 구현모 대표이사가 여권의 노골적인 반대로 연임을 포기한 데 이어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마저 주주총회를 나흘 앞두고 스스로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온 KT CEO의 수난사를 이번에도 피하지 못했다. 임기가 오는 31일까지였던 구 대표가 28일 서둘러 사퇴하면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여권이 KT 대표 선임에 개입하며 문제 삼은 부분은 KT 내부의 '이권 카르텔'이었다. 이미 21년 전 공기업을 벗어나 민영화된 KT의 인사에 정부가 이래라저래라할 권한은 없지만, 그간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로 점철됐던 KT 대표나 이사회에 대해 현 정권은 불신이 깊었다. 윤 후보는 KT 이사회가 현 경영진의 이권 카르텔에 연루된 사외이사들로 구성돼 있어 주요 의사결정이 왜곡된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는 등 개혁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친정부 인물로 기용한 사외이사 후보와 계열사 대표마저 줄줄이 자리를 고사하면서 윤 후보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왔고, 일감 몰아주기 관련 의혹 등으로 검찰까지 수사에 나서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KT로서는 이제 세 번째 CEO 후보자를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다수의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젠 외부에서 오는 그 누구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선 당장 이사회 구성부터 지배구조위원회, 대표이사심사위원회 등을 새로 수립하더라도 새 후보 공모와 심사, 주주총회까지 진행하려면 상반기 안에 CEO를 선임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CEO가 선임되더라도 임기 3년간의 전략을 수립하는 데 또다시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CEO 교체를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임원인사도 못 한 터라 차기 경영진 구성과 조직개편 등도 다시 해야 한다. 물론 일련의 과정은 새 CEO 후보자가 제대로 정해지고, 이사진도 무리 없이 임명됐을 때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올 한해 KT에서 새로운 투자나 신규 사업 등 중요한 의사 결정은 불가능해 보인다.
KT는 매출 25조원, 직원 수 2만명이 넘는 우리나라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민간 기간통신사업자로서 공익적 성격이 큰 만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 동시에 규제산업의 특성상 정부·여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요구하고, 전 세계 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등 급속한 기술발전에 발맞춰 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렇게 기약 없는 경영 공백에 빠진 것은 이해관계자를 넘어 국가적으로도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 구성원과 주주, 국민(소비자)에게 돌아온다. 당장 윤 후보자가 CEO 후보 사퇴를 공식화한 후, 증권가에선 KT의 목표 주가를 기존 5만원대에서 4만원대까지 낮췄다. 권력의 외압과 정권 눈치보기 사이에서 대혼란에 빠진 KT가 과연 이 난관을 빠르게 극복하고 새 대표를 세울 수 있을지,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국내외 주주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조인경 산업부문 조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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