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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다시 꺼내본 대통령의 금융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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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다시 꺼내본 대통령의 금융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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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청년도약계좌' 이야기다. 작년 3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발표했던 보도자료와 금융위원회가 지난주 중간발표를 한 자료 두 개를 비교해보면, 같은 정책인지 의심될 정도다. '10년 동안 1억 만들기'가 대통령 임기를 고려해 '5년간 5000만원 모으기'로 달라졌다는 건 시간이 반쪽 난 만큼 금액도 딱 절반으로 줄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가장 눈에 띄는 건 정부 보조금이 쥐꼬리로 변한 것이다. 공약 자료에는 연 소득 2400만원 이하인 청년이 월 70만원씩 모을 때 본인이 30만원만 적금을 부으면 최대 40만원까지 보조금을 준다고 쓰여 있었다. 월급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청년들의 경우 한 달에 70만원짜리 적금에 들 형편이 못 되기 때문에 보조금을 얹혀준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보조금 40만원이 1년 만에 2만4000원으로 확 줄었다. 보조금이 대폭 감소하면서 5년간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저소득층 청년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껍데기만 '도약'에 그칠 확률이 높아졌다.

국정과제도 돌연 멈춰 서버렸다. 2월부터 시작된 '은행 때리기' 탓이었다. 원래 금융위는 지난달 말에 은행들이 비(非)금융업권에 진출할 길을 터주는 금산분리 규제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110대 국정과제집 71쪽에 있는 '금융-비금융 간 융합 활성화 : 금융회사 업무 범위 규제 개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은행 돈 잔치'를 비판한 이후 이 계획은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이자 장사로 최대 실적을 낸 은행들이 공공의 적이 되자 분위기가 180도 변한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국정과제와 반대로 가고 있다. 금융위는 은행의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려 빅테크·핀테크·카드사·보험사 같은 비은행들도 은행 업무를 할 수 있게 문을 열어주려 하고 있다.


이 사례들의 숨은 배경은 표(票)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고위 관계자는 "결국 공약으로 뽑히고 안 뽑히고는 '몇표짜리냐'로 결정된다"고 했다. 나중에 실현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고려 사안이 아니다. 청년도약계좌도 판타지 공약과 현실 타당성 사이에서 일그러진 셈이다. "빅블러(Big Blur) 시대에 적합한 방향"이라던 금산분리 완화도 국정 지지율에 밀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은행을 저격한 직후 대출금리가 내려가자 지지율이 반등했다. 은행 이자는 국민 상당수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금융규제 개선보다 당장 중요한 게 대중적 인기 아니겠느냐", "대통령 발언이 우선순위가 되자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금융위의 의지가 확 떨어졌다"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국민들과의 약속은 책임을 진다는 전제 하에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공약도 포퓰리즘이다. 꼭 필요하다고 했던 정책을 미루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언론도 과거 기록을 자주 들춰 꺼내 봐야 한다. '안 지켰다.(혹은 못 지켰다.)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식의 태도부터 멈추게 하려면 말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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