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그너그룹 수장 “크렘린궁과 연락 끊겼다”

프리고진 “연락 채널에서 차단 당해”
러 정부 비판은 크렘린궁과 짜고 치는 것 시각도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에 참전하고 있는 러시아 민간 용병그룹 '와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락 채널에서도 차단당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9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이날 프리고진은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글에서 "와그너 부대에 더 많은 탄약을 제공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일 때문에 크렘린궁이 연락 채널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내가 탄약을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들은 (정부의) 특별 전화선을 끊고,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기관들에 출입할 수 있는 통행증도 차단했다"며 "이제 언론을 통해서만 (물자를) 요구할 수 있게 됐으며, 아마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와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사진출처=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프리고진은 지난 6일 자신의 부대가 탄약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물러설 수도 있다며 러시아 정부에 공개 압박을 가한 바 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에서 "와그너그룹이 지금 바흐무트에서 퇴각한다면 전체 전선이 붕괴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은 러시아 국익을 지키는 모든 군대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도 프리고진은 "약속된 탄약이 전달되지 않았다"라며 "단순히 관료주의인지, 또는 배신인지 일단은 이유를 파악하는 중"이라고도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또 "만약 우리가 퇴각한다면 우리는 패전으로 가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딘 이들로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와 같은 발언 이후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 지휘본부 출입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와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점령 전투에 앞장서고 있으나 최근 러시아 군부와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에 대한 반감 때문에 와그너그룹에 대한 물자 지원을 거부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러시아 국방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푸틴의 요리사'로 불려…1월 이후 푸틴과 사이 멀어져

요식업 사업가 출신인 프리고진은 한때 러시아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와 연회에 식음료를 공급해 '푸틴의 요리사'로 불릴 만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다. 그러나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지난 1월 그가 여러 차례 러시아 국방부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다음부터 둘 사이가 멀어졌다고 전했다.

올해 초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지역 광산 도시 솔레다르를 점령했을 때 푸틴 대통령은 승전의 공을 국방부에 돌렸을 뿐 와그너 그룹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프리고진은 와그너의 전투 공로를 크렘린궁이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의 계속되는 '정부 비판 제스처'는 크렘린궁과 짜고 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의 특파원 제이슨 제이 스마트는 "프리고진이 공식적인 승인을 받지 않고서는 지금처럼 정부를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쇼이구 장관에게 (전쟁 고전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 프리고진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