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과 통신에 대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며 과점 체계 해소를 지시한 이후 제4 이동통신사 설립 논의가 한창이다. 기존 통신 3사와 경쟁할 수 있는 ‘메기’를 키워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제4 이동통신사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무려 7번의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무산됐다. 올해의 경우도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지금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방식이라면 올해도 제4 이동통신사는 언감생심이다.
대통령의 지시 이후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모양이다. 망 구축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하고 단말기 출시, 정책 자금 융자 등도 지원하겠다고 한다. 네이버, 쿠팡, 카카오, 신세계 등 후보 기업들을 정부가 직접 찾아 설득에 나선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다고 사업에 나설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든다 해도 사업성만 충분하다면 너도나도 뛰어들 것이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핵심은 주파수에서 나온다. 정부가 제4 이동통신사에 배정할 주파수는 28㎓대역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이 주파수를 할당받고도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다. 정부는 급기야 지난해 KT, LG유플러스로부터 이 주파수를 회수했다. 제4 이동통신사가 할당받을 주파수가 바로 이 대역이다.
기존 이동통신사들이 투자하지 않은 것은 마땅히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이 물건을 안 쓰고 다시 내다 팔 때는 그 이유부터 따져야 한다. 싸다고 무턱대고 샀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
28㎓를 비롯한 고대역 주파수를 밀리미터파라고 부른다. 중·저대역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는 빠르지만 신호를 멀리 보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투자비가 많이 든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28㎓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조차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경기장 등 사람이 몰리는 핫스폿 위주로 네트워크를 설치하고 나머지는 기존 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망 구축 비용이 3000억원 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이렇게 할 바에야 굳이 정부의 규제와 조건이 덕지덕지 붙는 ‘기간통신사업자’ 면허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규제가 덜한 알뜰폰 사업자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럼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접근법부터 틀렸다. 제4 이동통신사를 도입해 통신비를 내리겠다는 조급증부터 버려야 한다. 한쪽에선 요금을 내리라고 윽박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선뜻 그 시장에 들어가겠다고 나설 기업이 몇이나 있겠는가.
28㎓를 이용해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 변변한 단말기조차 없는 상황에서 기존 이동통신사와 경쟁하겠다고 나설 기업이 나올 리 만무하다. 게다가 이동전화 서비스는 수년 전부터 정체돼 있어 신규 사업자가 들어갈 유인도 없다. 기존 통신사들도 ‘탈통신’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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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말 제4 이동통신사를 원한다면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과감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에 대한 제약과 한계를 정하지 말고 28㎓의 활용 방법을 응모해보면 어떨까. 또 누가 알겠는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혁신이 등장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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