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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난 사람]“한사람에게 일어난 일, 개인 아닌 가족 전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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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넷 집안 장녀로 어려서부터 '가족'의미 곱씹어
가족학 박사 후 상담으로 전공 바꿔
보웬 이론, 개인문제를 가족·조상까지 확장
가족치료 관건은 부모 참여와 인정
건강한 가족은 '자녀의 독립' 환영

김수연 우리가족아동상담센터 대표. [사진제공=본인]

김수연 우리가족아동상담센터 대표. [사진제공=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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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지금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문제들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다."


부산장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김수연 우리가족아동상담센터 대표의 말이다. 딸만 넷인 집안의 장녀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자주 다투셨던 부모님의 불화를 보며 자랐다. 어린 마음에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딸이 되면 집안에 평화가 찾아올 줄 알았다. 동생을 보호하고 어머니를 지킨다는 책임감으로 치열하게 삶을 살아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부모의 성에 차지 않는 ‘딸’이었고, 장성해서도 본인의 결혼 생활이 흔들릴 만큼 큰 어려움을 겪었다. 공부 역시 더 나은 삶을 위한 성장 수단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방편에 가까웠다.

그렇게 ‘가족’에 천착하게 됐다. 가족의 의미를 곱씹으며 ‘가족학’ 박사를 수료한 뒤 ‘상담’으로 전공을 돌렸는데 이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보웬 가족치료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았고, 이를 바탕으로 같은 어려움을 겪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길을 택했다. 2002년 부산에 상담센터를 열고 20년 넘게 가족을 바로 세우는 일을 하는 그. 과거 공부할 당시 전공자조차 어렵고 난해해 이해하기 어렵던 내용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쉽게 읽는 보웬 가족치료’(리얼러닝)를 최근 펴냈다. 그에게 가족치료란 무엇인지, 보웬 이론은 어떻게 차별되는지에 관해 물었다.


-가족치료는 무엇인가. 가족 중 상처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이 주목적인가.

▲대부분의 가족치료가 취하는 입장은 ‘가족은 따로 생각할 수 없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다’이다. 전체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으로 가족을 바라본다. 가족 문제는 원인과 결과를 분명하게 나눌 수 없는 방대한 네트워크다.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족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있어 그렇게 보일 수 있다.


-보웬 가족치료는 여타 심리치료와 어떻게 다른가.

▲보웬 이론은 개인 문제가 가족 전체의 문제라는 관점을 조상으로까지 확장해서 다뤘다. 가족 내 질병과 여러 문제의 원인을 조상과의 연결 고리에서 찾은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이론보다 가족을 보는 시각이 더 넓고 깊은 편이다. 세대를 통해 면면히 흐르는 불안을 한 발짝 물러나 본다면 가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특정 문제가 조부모 세대부터 잉태됐다는 관점은 개인 문제로 힘들어하는 이가 죄책감에서 벗어나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부모를 연결해서 보면 부모를 부모가 아닌 한 인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보웬의 가족치료는 유독 불안을 강조하는 것으로 안다.

▲보웬은 기존 가족 통념을 깨고 불안으로 가족을 설명했다. 흔히 갈등과 다툼이 없는 가족이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고 생각하지만 보웬은 오히려 그런 평안함과 단란한 가족이 병든 상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갈등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가족 중 누군가가 잡음을 피하기 위해 불안을 떠안고 희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참고 견디다 보면 자아가 취약해지고 그러다 개인의 삶이 가족에 매몰돼 희망을 잃을 때 가족을 손절하고 떠나고 만다는 것이다. 보웬 이론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빚은 물의의 원인을 불안으로 보고 불안으로부터의 해방에 집중한다.


-불안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우리 사회는 유독 눈치를 많이 본다. 주위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사람들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고 따라가려 한다. 그럼 자연스레 불안이 올라간다. 젊은 세대는 불안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부모에 가로막힐 때가 많다. 부모의 변화 의지가 없을 때 자녀는 강한 반목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 함께 치료받는 데 어려움도 많을 것 같다.

▲최근 상담 관련 TV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면서 오해나 편견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다만 그럼에도 자녀가 상담소를 찾는다고 하면 "우리 아이가 왜 그런 데를 가야 하죠"라고 묻는 부모들이 많다. 아마 자녀의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여기기 때문일 텐데, 가족치료 입장에서 보면 그들 역시 어린 시절 상처가 아물지 못한 어른일 뿐이다.


-가족치료의 관건은 무엇인가.

▲시티어라는 유명한 가족치료사가 이런 말을 했다. "자녀를 상담하던 중 어머니를 상담시키니 앞의 자녀 상담이 소용없게 됐다. 아버지를 참여시켰더니 자녀와 어머니의 상담이 소용없게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모의 참여 그리고 솔직한 고백과 인정이다. 대부분 부모가 자녀보다 불안에 취약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힘이 약하다. 자녀는 상담을 원하는데, 부모가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모의 경우 본인 상처에 집중하게 하면 마치 부모를 비난하고 원망하는 것 같아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자녀를 향한 죄책감과 부모를 원망했다는 자기 비난으로 이중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있다기보다 ‘성장’하기 위함이란 관점의 변화가 중요하다.


-건강하고 이상적인 가족 관계란.

▲건강한 가족이란 개인의 경계를 존중하고 침범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헌신을 넘어 자녀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열성적인 부모의 행동은 자녀에게 독이 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가정 내 슈퍼맨이 아니라 경계를 침범하는 자일 뿐이고, 가족 중 그 누군가를 시들고 병들게 하기 마련이다. 부모의 경계 침범을 허용하는 것이 자녀의 도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덕성과 양심은 이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이것을 ‘자아분화’라고 책에서 이야기한다. 누구의 감정인지, 그 감정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아는 것, 부모의 이기심과 의존심을 자녀에게 어떤 식으로 바라는지 자각하는 것만 해도 대단히 건강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가족 예를 하나 들어줄 수 있을까.

▲자녀가 가정을 떠날 때 가족이 독립을 환영한다면 대단히 건강한 가족이다. 자녀가 잘 떨어져 나가는 것이 바로 ‘자아분화’의 개념이다. 반대로 불안이 심한 가족은 ‘독립’이 아니라 ‘단절’을 택한다. 부모와 소원하거나 아예 연락을 끊는다. 보통 가족에 대한 감정이 심하게 엉켜있는 자녀들이 단절을 택한다. 부모의 불행에 진저리가 났거나 낙담한 나머지 집을 떠나 더 이상 그 꼴을 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살고 싶은 자녀가 택하는 최악의 방법이 단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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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불행의 원인 중 하나인 불안을 잘 해소하려면.

▲제일 먼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권한다. 불안이 잠잠해지기까지 기다리고, 자신의 불안에 집중하는 것이 먼저다. 다른 사람에게 불안을 잠재워 달라고 요청한다든지, 급하게 불안을 처리하려고 행동에 옮긴다든지, 불안의 원인을 상대방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불안을 자신의 것으로 보고 그 원인을 침착하게 찾아 들어가야 한다.


-정신건강을 위해 부모에게 권면한다면.

▲심리 공부와 자신의 상처를 돌보기 위한 상담을 권한다. 그러려면 먼저 자녀나 배우자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과 요구를 멈춰야 한다. 오로지 자신과 부모와의 관계를 다뤄야 한다. 이때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이번 책에서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왜 해야만 하는지를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한 이유다. 부모가 자기 작업에 집중하면 자녀는 스스로 알아서 자기 삶에 집중한다. 자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없어진다. 왜냐면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충만히 살려고 이미 프로그래밍돼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누구
우리가족아동상담센터 대표다. 개인이 행복하고, 사회가 성숙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 가족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2002년부터 부산에서 상담센터를 꾸려가고 있다. 부산장신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개인과 가족 행복에 관한 고민과 깨우침을 학생들과 나누고 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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