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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톡]美 엄포에 반도체 기업 脫중국…"동남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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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동남아시아 국가가 미·중 갈등에 따른 반도체 투자 붐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한 조치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동남아 국가로 이전, 투자 방안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주요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을 대체하는 반도체 생산기지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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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반도체 업체 직원들, 中서 동남아로

일본 니케이아시아는 최근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내에 있던 비중국인 직원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재배치하고, 동남아 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업체 내에 있는 다수의 비중국인 직원들은 이전에 일했던 지역이나 동남아 중 이전할 곳을 선택하라고 제의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대중 반도체 제한 정책 때문이다. 미 정부는 이 조치로 미국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판매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정책에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시민권자, 미국 영주권자가 중국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제한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사업을 해온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과거에 해왔던 대로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하기가 어려워진 만큼 중국에서 동남아로 인력을 이동하는 일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램리서치, KLA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고객사가 지난 수개월간 동남아 지역에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그들도 그곳에 인력을 늘렸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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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업계가 동남아 지역에 처음 눈길을 준 건 1960대다. 당시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아시아에 비교적 공정 난이도가 낮은 조립과 패키징·테스트 작업을 배치했다. 이때 주목받은 곳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다.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1969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이후 독일 인피니온, 미국 마이크론, 텍사스인스트루먼츠, 일본 르네사스 등이 말레이시아에 거점을 두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들 기업이 모두 이미 동남아에 거점을 두고 있어 중국에서 동남아로 인력을 이동한 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투자 유치에 ‘싱글벙글’…역할 변화 기대도

반도체 투자를 받게 된 동남아 국가들은 미소 짓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고정자산 투자를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225억싱가포르달러(약 21조5000억원) 유치했다. 베스완진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청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례없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투자 경쟁을 일으켰다면서 싱가포르도 점유율을 확보하기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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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도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투자 소식에 들뜬 모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트남의 수도 호찌민시가 지난 7일 인텔이 올해 74억달러 규모의 해외직접투자(FDI)를 내놓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45억달러로 정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존 공장에 33억달러 추가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베트남 정부 관계자를 만났는데 투자안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 발표 내용에 포함됐다는 것이 외신들의 설명이다. 이후 한 주요 외신은 인텔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베트남 테스트·패키징 공장에 향후 수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외에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투자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내에서도 반도체 후공정 부문의 강자로 통한다. 고영경 고려대 아세안센터 연구교수 및 말레이시아 썬웨이 대학 겸임교수가 지난해 11월 KOTRA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중 후공정 부문 시장점유율이 13%에 달한다. 말레이시아의 전기·전자 부문 수출 규모는 2021년 4557억링깃(약 133조원)에서 지난해 5930억링깃으로 30% 증가했다.

동남아 국가들은 이번 반도체 붐을 계기로 후공정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도체 공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은 반도체 생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고숙련 노동자를 양성하기 위해 관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기업에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정책을 제공한다. 다만 중국 반도체 산업이 최근 수년간 빠르게 성장하면서 반도체 공급망 내 중요성과 비중이 확대돼 동남아 국가가 이를 대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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