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대상 올해 4분기 추정치 분석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 늘고 영업이익은 27% 줄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외 매출·영업이익은 모두 증가 예상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내년 국내외 경기 침체 경고음이 커진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12월 12일 종가) 국내 100대 상장사의 올해 4분기 실적 전망도 외화내빈 격이다.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확 줄었다. 전반적으로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삼각파고에 휩쓸린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전한 여파가 결정타였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데, 수출 주포인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영향이 컸다. 2차전지와 조선 등의 업종은 온갖 악재에도 비교적 선방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부진을 만회하긴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빼면 매출도 영업이익도 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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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올 4분기 매출액 추정치는 554조77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5조8323억원으로 지난해(35조3383억원)보다 27%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98개 상장사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7%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 실적은 수출과 상관관계가 높은데, 수출액은 11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주요 국가 대비 한국 기업의 실적 추정치 하향폭이 크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와 반도체 비중이 큰 산업 구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올 4분기 매출액 추정치가 지난해 4분기보다 증가한 곳은 75개사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3%, 39% 증가할 전망이다. 2차전지 업체와 소재 업체 매출도 꾸준하게 늘고 있다. 엘앤에프(267%)·에코프로비엠(261%)· 포스코케미칼(92%)·LG에너지솔루션(86%)·삼성SDI(57%)·SK이노베이션(49%)·LG화학(37%) 등의 매출액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100대 기업 중 75곳 매출 늘고 69곳 영업이익 늘어날 전망

100대 상장사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상장사는 31개사다. 25개사는 흑자 상태는 유지한 가운데 흑자 규모가 줄었다. 5개사는 적자로 전환했다. 나머지 1개사인 한국전력은 영업손실 규모가 지난해 4분기 4조7000억원에서 올해 4분기 9조3000억원으로 커질 것이라고 증권가는 전망했다.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 합계에 가장 악영향을 미친 회사는 삼성전자다. 지난해 4분기 13조9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평균 추정치는 8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9일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추정치를 5조8000억원으로 기존(7조8000억원) 대비 25.6% 낮춰 잡았다. 반도체 부문 예상 영업이익을 기존 2조6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낮췄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삼성증권·DB금융투자·유진투자증권 등도 올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7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4분기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4분기는 6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낼 전망이다.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 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대표 수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세계적인 고금리·고물가 악영향을 피해가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 덕은 좀 봤지만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 지갑을 닫는 고객이 늘었다. 스마트폰과 PC, 가전 등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판매가 줄면서 반도체 수요도 감소했다. 이종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업체 부진은 물량보다 가격 하락 탓이 컸다"며 "반도체 업황 바닥을 내년 1분기 말에서 2분기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면 두 회사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빼면 매출도 영업이익도 늘었는데… 원본보기 아이콘

이들과 달리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올 하반기 들어 다소 나아지면서 현대차그룹 매출에는 도움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제품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면서 브랜드 인지도 역시 높였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경쟁사인 일본 자동차 업체 대비 전기차 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2차전지 업체는 빠르게 증설에 나서면서 2차전지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덕분에 국내 2차전지 소재 업체와 함께 매출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내년에는 원자력·신재생 업종 전망 유망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매출도 늘었다. 올 들어 11월까지 세계 신조선 발주는 지난해보다 40%가량 줄었지만, 국내 조선사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1월 누적 기준 33.8%에서 올해 40.3%로 증가했다. 국내 조선사는 올해 11월까지 발주된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55척 중 118척을 수주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주요 조선소의 선박 인도 스케줄은 이미 2026년까지 잡혀 있다"라며 "충분한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선별 수주로 수익성 개선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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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주요 상장사 실적은 어떻게 될까. 국내외 경기 침체가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정부가 키울 방침인 원자력과 신재생 업종 등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원자력·신재생 업종은 정부가 정책 지원에 나서면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도체 업황도 재고 조정이 끝나고 바닥을 찍고 올라올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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