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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착 탈북민]①먼저 온 통일? 빈곤에 무너진 '코리안 드림'

최종수정 2022.12.10 15:42 기사입력 2022.11.28 09:00

부푼 기대 만큼 처절한 '경제적 빈곤'
국내 입국 탈북민, 9월 기준 3만3857명
월평균 임금 227만7000원…2분위 수준
일자리 빠르게 구하지만, 짧은 근속기간
탈북민 70% 女…사회통합에 훨씬 취약

편집자주탈북민을 가리켜 '먼저 온 통일'이라는 표현이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탈북민 정착이 곧 통일'이라는 지상과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하지만 억압을 벗어나 남한으로 온 탈북민은 여전히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다. 목숨을 걸고 고향을 등질 만큼 간절했던 기대는 왜 무너졌을까. 남녘에 불시착한 탈북민의 어려움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지난달 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40대 탈북민 여성이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되며 크나큰 충격을 안겼다. 이 여성은 성공적인 남한 정착 사례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발견 당시 겨울 옷차림을 하고 있어 사망한 뒤 1년 가까이 방치된 것으로 추정됐다.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앞서 2019년 7월에는 서울 관악구 탈북민 모자가 극심한 빈곤 속에 아사(餓死)하는 일도 있었다. 엄마와 아들이 숨지기 전까지 받은 정부 지원금은 월 10만원 안팎의 양육수당이 전부였다고 한다.


'먼저 온 통일'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진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빈곤'이다.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저임금'과 '실업'이라는 난제에 탈북민이 겪는 정도는 훨씬 크다. 특히 탈북민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이 더욱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이탈주민 그래픽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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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받은 남북하나재단의 2021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탈북민의 월평균 임금은 227만7000원으로, 전년 대비 11만원가량 늘었다. 하지만 국내 임금근로자 월평균 소득 327만1000원과 비교하면 100만원이 적다. 취약계층으로 꼽히는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 추정치인 230만4300원보다도 낮다.


또 같은 재단의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사회통합조사'에서 탈북민 가구의 연간 소득은 지난해 3325만원이었다. 5000만원 이상 소득이 있다고 밝힌 가구가 전체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해 다소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비교를 위해 2020년 연간 가구소득(3017만2000원)을 당해연도 가구 소득을 바탕으로 한 통계청의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대입하면 탈북민 소득은 5분위별 지표에서 2분위(중간치 2949만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2분위는 소득 하위 21~40% 수준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남녀 편차도 고려되지 않았다. 탈북민 가운데 여성 비중은 70%를 웃돈다. 통일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입국 탈북민 수는 3만3857명, 이 가운데 남성은 9492명(28%)인 반면, 여성은 2만4365명(72%)을 차지했다. 남성 탈북민의 3개월 평균 임금은 306만7000원에 달하지만, 여성의 경우 196만2000원으로 큰 격차를 보인다. 이는 지난해 최저임금(월급 기준) 182만2480원을 간신히 넘는다.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탈북민의 초기 정착을 위해 교육·취업·주거 등을 지원한다. 1인 세대 기준 정착금 800만원과 취업장려금(수도권 1800만원·지방 2100만원), 주거지원금 1600만원을 제공한다. 남한 땅을 밟은 탈북민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를 거쳐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교육을 받게 된다. 이후 거주지로 전입하면 5년간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신변보호 등 지원을 받으며 살아간다.


'구직·근속기간' 지표를 통해서도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삶이 드러난다. 정부는 4개월 내 구직비율이 84.3%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장 그대로 이해하면 탈북민이 빠르게 일자리를 구해 정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취업한 후 3년도 안 돼 직장을 그만둔 탈북민의 비중은 69.4%에 달하며, 특히 4개월 미만 재직자는 10명 중 2명을 웃돌았다. 탈북민의 평균 근속기간은 31개월로, 평균 근속기간인 70개월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탈북민의 일자리를 직종별로 살펴보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단순노무종사자 26.8%, 서비스종사자 17.8% 순이다. 2가지 직종이 차지하는 비중만 절반에 가깝다. 2021년 연간 고용동향과 비교하면 일반국민 중 단순노무종사자는 13.9%, 서비스종사자는 11.4%로 훨씬 적다. 많게는 2배에 가까운 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업률도 여전히 과제다. 일반국민의 실업률은 3.5%인 데 반해 탈북민의 실업률은 7.5%로 2배가 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여성으로 기준을 좁혀보면 8.7%까지 오른다. 일반국민 여성의 실업률은 4.0%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탈북민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우리 사회의 문제가 가중된 형태로 반영된 것이라 분석했다. '여성' 혹은 '실업'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구 결과, 탈북민 중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거나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진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전체 인구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탈북민 여성의 취업률은 결혼이민자 여성보다 낮은 데다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탈북민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은 고용과 건강 분야에서 사회통합 수준이 낮게 측정됐는데, 이들의 경제활동 참가를 가로막는 장애 요인은 건강 문제와 출산·양육 부담"이라며 "여성 탈북민을 위한 적절한 의료 서비스와 출산·양육 지원 제도 등이 적극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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