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회의, 총리에게 보고서 전달
반격 능력 보유·미사일 개량 제언
미국 의존 중심 안보전략 전환 추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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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일본 정부가 적의 공격 방어에 중점을 둔 기존 안보 정책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 고조 등 대외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만큼 적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해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23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도쿄 총리 관저에서 사사에 겐이치로 전 외무성 사무차관에게 방위력과 관련된 외교·안보 유식자(전문가) 회의 최종 보고서를 전달받았다. 일본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국가안보 전략을 비롯한 3대 전략문서를 개정할 방침이다.

보고서에는 현재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일본의 위기의식과 국가 안전 보장을 위한 목표가 담겨있다. 보고서는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기술 발전을 위협 요소로 규정하고 독자적으로 안보 능력을 강화할 것을 제언했다. 주변국들의 군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국에 안전을 위탁하는 현재의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방위력을 갖추려면 적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도록 하는 '반격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일본은 평화헌법에 기초한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적의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방어용 무력만 보유 가능한 상황이다. 그간 일본의 집권여당인 자민당은 적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어도 공격이 확실시되면 타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반격능력' 보유를 강조해 왔다. 사실상 이는 적에 대한 선제공격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보고서는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를 위해 방위비를 늘릴 것도 촉구했다. 보고서는 주변국의 무력 증강에 맞서려면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일본의 방위비를 5년 이내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수준인 2%로 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의 안보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는 미사일 수 확보가 제시됐다. 보고서는 중국이 일본 전역을 미사일 사정권에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과의 군사적 불균형을 해결하려면 장사정 미사일을 1000대 정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사이버 방어 능력과 전투 능력 증강을 위한 AI 기술 연구 확대도 목표로 내걸었다. 보고서는 "피해를 받고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적이 가진 공격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감시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미국을 창, 일본을 방패의 위치에 둔 안보 전략을 바꾸려 들기 시작했다는 점을 뜻한다고 전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안보 위기가 증대되면서 더이상 미군이 올 때까지 버티는 데에 중점을 둔 안보로는 자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동맹국들에 안보 비용 부담을 나눌 것을 강조하면서 일본이 일방적인 의존에서 벗어나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적국에 대응하려 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니혼게이자이는 보고서가 내건 목표를 실천하려면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 방위비는 5조4000억엔(약 51조6504억원)으로 이를 2%까지 늘린다고 계산할 경우 매년 5조엔 이상의 신규 재원이 필요해진다. 보고서는 재원 마련 방안으로 증세를 제언했으나 법인세는 대안에서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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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는 "안정적으로 재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방위력 강화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현재 자민당이 증세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정부가 당정 교섭에서 보고서를 설득 자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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