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관계 중요성 재확인…소통·협력 '강조'
習 "가까운 이웃,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
北 문제 시각차 여전…中, 인태전략에 경계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장희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만났다. 두 지도자의 첫 대면이자 3년 만에 성사된 한중 정상회담이었다. 물리적으로는 2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사실상 단절됐던 교류 협력을 재개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핵심 의제에서 분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는 점은 과제로 남았다. 전문가들은 첨예한 미중 패권경쟁 속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한중 간에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나갈 계기로 삼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향후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어떻게 설정되는지에 따라 한중 관계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韓中 만났다는 데 의미…현안 해결 계기 삼아야"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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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16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안보 문제를 비롯해 양국 간의 현안들을 공식적인 대화 테이블에 올렸다는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며 "윤석열 정부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2019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성사된 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으며, 시 주석은 "한국과 중국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1.5트랙 대화 채널'이 향후 양국 간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소통의 발판이 될 것으로 봤다.


정 교수는 "(1.5트랙 대화 채널 제안은)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배제할 수 없는 중요한 존재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덕담만 주고받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교류 협력, 나아가 긴밀한 관계로 발전시켜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는 "북핵 문제에 가려졌을 뿐이지, 대화가 끊어진 3년 동안 한중 간에 쌓인 문제들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화 체제를 만들자는 제안은 상당히 바람직한 선택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이나 경제 고위급 회담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간 '고위급 대화의 정례화'를 제안했다. 시 주석은 공감을 표하면서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1.5트랙 대화 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의했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 내내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는 점은 향후 한중 간에 산적해 있는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중단됐던 외교 차관 전략대화를 재가동하고 국장급으로 개최되던 외교·국방 2+2 대화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논의에 시동을 걸지 주목된다.


온도 차 분명했던 '北 문제'…習, 대미 강화에 견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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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도 분명했다. 핵심 의제였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선명한 견해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을 지적하면서 중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당부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면서도 "한국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길 희망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현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시 주석은 '북한이 호응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전날 이뤄진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은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결국 중국의 역할을 기대한 우리와 달리 '한국'을 주어로 내세우면서 분명한 관점의 차이를 드러낸 셈이다. 다만 북한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중국의 입장에선 '평화 수호' 등으로 답하는 게 최선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오른 상황에서 두 정상이 만난 것만으로도 북한에 '일종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밖에도 시 주석은 대미 관계를 강화 중인 우리 정부의 외교 노선에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FTA 협상 가속화 등을 거론하면서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안보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는 최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안보라는 공동의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경제안보대화 신설' 등 포괄적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시 주석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역내 문제를 언급하면서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하여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게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라고 말했지만, 시 주석은 "중국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받아쳤다.


시 주석이 언급한 '진정한 다자주의'는 다자주의의 사전적 의미보다는 대중국 견제 전략에 대한 대응책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이 참여하는 '칩4' 등 미국 주도의 진영화 전략을 정상적인 공급망 구축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한국에 '중국을 배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읽힌다.


韓 인도·태평양 전략, 한중 관계 갈림길에 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쯔노이짱바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아세안+3' 의장국인 캄보디아 정상 주최 갈라 만찬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쯔노이짱바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아세안+3' 의장국인 캄보디아 정상 주최 갈라 만찬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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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에선 집권 2년차를 앞둔 윤석열 정부가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한중 관계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태 전략에 대한 방향성을 연내 정할 것으로 예고했고, 중국에서 이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중 보고서와 함께 박진 외교부 장관의 관련 행사 연설 등을 통해 한국판 인태 전략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의 인태 전략을 공식화하는 동시에 인태 지역에서 한미일 3국의 협력을 확대하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판 인태 전략의 주요 방향과 원칙 등을 공개한 것에 대해 "우리의 인태 전략은 제3국을 배제하거나 겨냥하는 게 아니다"라며 "오세아니아, 아세안, 태평양 국가들과 경제안보뿐 아니라 전반적인 협력을 증진하겠다는 것으로, 그런 점에 착안해 마무리 작업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중국을 고려해 꾸준히 '제3국을 배제하거나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런 방향성을 강조하는 것과 무관하게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고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중국이 말하는 다자주의는 '미국 주도의 진영화'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나온 표현으로, 대미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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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중국은 인태 전략에 동참하는 한국을 아직까진 배제할 수 없는 외교 상대로 보고 있지만, 그 내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따라 (미국에 더 밀착할수록) 보다 공식적이고 공격적인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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