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늦추고 더 오래, 더 올린다” 기준금리 5%시대 예고한 파월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속도 늦추고 더 오랜 기간, 더 높게 올린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사실상 기준금리 5%시대를 예고했다. Fed를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에는 "갈 길이 멀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속도보다 금리 수준과 지속 기간이 중요하다"고 인상 폭 완화 여지는 남겼다.
◆금리 인상 중단에 선 그은 파월, 속도 조절엔 여지 남겨
파월 의장은 2일(현지시간) 오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very premature)"라며 "우리에겐 가야 할 길이 있다(We have a ways to go)"고 밝혔다.
Fed는 이날 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3.0~3.25%에서 3.75~4.0%로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고강도 긴축에도 좀처럼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자 이례적인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성명문에는 "누적된 긴축 통화정책,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 및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시차(lags), 경제 및 금융 발전을 고려할 것", "위험이 발생할 경우 적절하게 통화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비둘기파적 문장이 포함돼 향후 정책 조정 기대감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정책 조정 기대감을 일축하고 당분간 긴축 행보가 이어질 것임을 확인했다. 그는 "금리가 제약적 영역으로 갈수록 '속도(how fast)' 보다는 '금리 수준(how high)'과 '지속 기간(how long)'이 중요하다"면서 "최종 금리 수준이 이전 예상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과대긴축(overtightening)이 과소긴축(undertightening)보다 수정하기 쉽다"고도 강조했다.
인상 폭을 낮추는 이른바 속도 조절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그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고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그게 다음 회의(12월)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며 남은 기간 발표될 지표, 경제 여파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속도 조절의 문은 열어두되 사실상 이전 FOMC와 동일한, 데이터 기반의 긴축 기조를 확인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발언이 시장에서 과도하게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돼 Fed의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에 의구심이 따라붙지 않도록 "사람들은 시차(lags)를 듣고 (금리 인상을) 멈추는 것을 생각한다"면서 "지금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대화는 오가지 않고 있다. 우리의 (물가안정) 의지를 알아주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종금리 더 높아질 것" 예고에 눈길
월가에서는 매파에 무게가 쏠린 해석들이 쏟아진다. JP모건의 마이크 펠로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 메모를 통해 이날 FOMC를 "더 천천히, 더 길게(Slower for longer)"로 요약했다. Fed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금리 인상 폭은 완화하되, 대신 최종 금리는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RBC는 파월 의장이 12월 경제전망보고서(SEP)가 공개되기 이전에 최종금리를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관련된 비둘기파적 내용이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 언급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매파적 회의가 됐다"고 평가했다.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당장 다음 달 점도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9월 공개된 점도표에서 내년 최종금리 전망은 4.5~4.75%(중앙값 4.6%)였다. 이를 웃돌 것이라고 명확히 하며 사실상 5%시대를 예고한 것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투자은행 시티는 이날 최종금리 전망을 기존 5.0~5.25%에서 5.25~5.5%로 상향했다. JP모건 역시 12월 점도표가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선물시장에서도 내년 3월 미국의 금리가 5.0%를 웃돌 가능성을 60%이상 반영하고 있다.
올해 마지막 회의인 12월 FOMC의 경우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힘이 더해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12월 빅스텝 가능성은 56.8%로 전날(44.5%)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높은 데다 Fed의 매파 기조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12월까지 자이언트스텝을 이어갈 가능성(43.2%)도 40%를 웃돈다. 모건스탠리는 "(파월 의장이) 다음 회의 인상폭에 대해 명확한 가이던스를 전달하지 않았지만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다만 이는 향후 나올 경제지표에 달렸다"고 짚었다.
브랜디와인글로벌의 잭 맥킨타이어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상당히 매파적"이라며 성명문에서 누적된 긴축 효과의 시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속도를 늦추기 위해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유연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Fed가 보내는 신호보다 소비자물가지수(CPI), 고용지표, 중국의 제로코로나정책 등이 세계에 미치는 지속적인 영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 금리 역전차 더 커져…뉴욕증시도 롤러코스터
이날 Fed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한국(3.0%)과 미국의 금리 역전 폭은 최대 1.0%포인트로 더 커졌다. 이는 2018년 3월∼2020년 2월 당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향후 외국인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 우려가 제기된다.
뉴욕증시는 출렁였다. FOMC 정례회의 결과를 대기하며 하락 출발했던 뉴욕증시는 오후 2시 통화정책 결정문이 공개된 이후 필요시 정책 변화가 가능하다는 문구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다. 하락장에 머물렀던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일제히 상승 전환했고, 다우지수도 오름폭을 소폭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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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직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주요 발언들이 공개되며 뉴욕증시는 급격히 하락세로 꺾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505.44포인트(1.55%) 떨어진 3만2147.7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96.41포인트(2.50%) 하락한 3759.6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66.05포인트(3.36%) 급락한 1만524.80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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