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사 "자금경색 해소, 단기효과에 그칠 가능성"

채안펀드 20조원 역부족…증권사들 "SPV나 특별대출 필요"

[돈맥경화] 정부 50조원+α 수혈…금융권 "추가 대책 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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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이창환 기자, 황준호 기자] 강원도 레고랜드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채무 불이행 사태로 단기채권시장의 자금 흐름이 말라붙자, 정부가 50조원+α(알파) 유동성 공급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은행과 증권사는 자금 경색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 대책이 더 필요하단 입장이다.


당장 채권시장의 숨통은 틔울 수 있겠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기정사실화돼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부실 시한폭탄이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선 시중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 위험요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50조원+α(알파) 유동성 공급프로그램은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 지원 10조원으로 구성됐다.


일단 금융권은 이걸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거란 판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구체적인 금액 규모을 밝히며 강한 메시지를 던져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환율이 요동치고 있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금리를 올리면 채권 금리도 또 급등할 수 있어 이번 조치가 단기 효과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 회의를 마친 후 회의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윤동주 기자 doso7@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 회의를 마친 후 회의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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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조치는 전방위 유동성 지원이라기보다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라며 "그럼에도 대규모 연계 지원책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문제는 PF ABCP의 문제였으나 증권사와 건설사의 단기조달시장 경색을 거쳐 신용채권시장 전반까지 경색이 확대됐다"며 "이번 조치는 문제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은 정부 대책에 포함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유예 조치와 함께 추가로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규제 완화, 증권사 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 등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예대율은 가계대출의 경우 115%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100%로 하향조정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로는 자금시장의 경색을 충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건설사와 증권사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업종의 자금경색이 심해 채안펀드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선 "채안펀드 20조원으론 역부족"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10월부터 연말까지 증권사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PF 유동화증권(ABSTB, ABCP) 발행 잔액은 27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건설사는 5조1000억원 규모다.


신용평가사들은 발행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각 거래참가자의 신용위험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명준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아직은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으로 차환 발행 물량이 어렵게 소화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시기가 더 길어진다면 차환 발행의 중단에 의한 건설사, 증권사의 신용위험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사와 증권사들은 실제로 자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0일 롯데케미칼로부터 3개월간 5000억원을 차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18일 유상증자로 2000억원을 조달한다고 밝힌 지 이틀만이다. 이 회사는 연내 만기 되는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규모가 3조1000억원에 달한다.


모기업이 있는 회사들은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은 자금을 막지 못해 당장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충남지역 6위 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은 지난달 말 납부 기한인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9일 만기 된 완주 PF ABCP를 전액 매입했다. 보통 차환 발행으로 유동성 부담을 줄이는데 투자자들이 차환을 거부하면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자체 자금을 사용했다. 교보증권은 지난 12일 만기 된 천안 북부BIT리치제일차 자산유동화 ABSTB(단기사채)를 전액 매입했다.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준비하는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로는 이번 사태로 인한 자금경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족해 보인다"며 "급한 불은 끄겠지만 언제든지 PF 발 신용경색이 재발할 수 있어 지원 규모를 더 키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 "추가 규제 완화 조치 필요"

은행들은 채안펀드가 제대로 작동을 내려면 시중은행들이 더 자금조달에 열을 올리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조치부터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2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는 주로 5대 금융지주들의 출자해 조성되는데, 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려고 또다시 은행채를 발행한다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밖에 안된다"며 "금융당국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조치 정상화를 유예해 시중은행들의 은행채 발행을 줄이고,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규제 기준도 낮춰 여윳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금 경색 상황이 풀리지 않을 경우, 은행권의 LCR 정상화 유예에 더해 증권사의 순자본비율(NCR) 규제까지 일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들의 자본증권 발행이 자본 비율을 고려한 조치인 만큼, 증권사 NCR까지 완화되면 전반적으로 시중에 자금 여유가 생기게 되고, 은행들도 대출 지원이 용이해지면서 시장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CR과 관련된 은행들의 추가 요청도 있다.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에 은행이 참여할 때, 출자 약정액의 10%는 현금 유출로 간주한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시장을 지원하는 취지인 만큼 현금 유출로 보지 말고 LCR 계산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E은행 관계자는 "LCR이 뱅크런에 대비해서 현금 유출액 대비 현금을 얼마만큼 보유하고 있으라고 하는 건데 증안펀드에 실제로 들어가지 않아도 약정된 금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유출로 보고 있으니 LCR 비율 하락 효과가 있다"며 "미사용 약정에 한해서 현금 유출액 제외 시 LCR 비율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 "SPV나 금융안정특별대출도 필요"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임시방편’으로, 향후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 "시중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자금경색이 발생한 상황인데, 이번 조치는 기조 상 상충되거나 한계가 있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를 인상하는 국면에서 유동성을 풀었고 이는 한은의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 추가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지원 효과 반감도 예상된다는 얘기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시장에서 기대했던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나 금투협에서 요청한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해당 대책들이 통화정책 기조 등을 고려할 때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번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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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도 결국은 임시방편이며, 유동성 공급 대책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라며 "재원 마련을 위한 특은채 발행을 부추기게 돼 초과 공급과 구축효과를 심화시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남은 문제는 지원 자금이 필요한 곳에 얼마나 신속하게 투입될 것인가다"라고 덧붙였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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