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올라도 조명 입찰단가는 하락 "시장질서 무너뜨려"
"상생 방안 적극 모색, 종합심사 낙찰제 등 도입 확대 검토해야"

김명식 빌트조명 대표가 광효율 등을 측정하는 LED 광학측정기(적분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종화 기자]

김명식 빌트조명 대표가 광효율 등을 측정하는 LED 광학측정기(적분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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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경기 부천시와 김포시 두 곳에서 LED조명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빌트조명 김명식 대표는 최근 공장 가동률을 20% 이상 줄였다. 원자재 가격이 30% 이상 올랐지만, LED조명의 연간 입찰단가는 오히려 5~10% 정도 떨어졌다. 게다가 수주 물량마저 감소하면서 경영은 더욱 어려워졌다. 김 대표는 "법인 설립 25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할 것 같다"면서 "최저가 입찰제로 인한 무리한 경쟁이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빌트조명은 조명업계 상위 20% 안에 포함되는 기업이다. 2020년 장애인 표준사업장 인증을 취득, 공공조달 부문과 민간 건설시장에서도 탄탄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세계적 물류대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원자재 가격상승, 최근에는 금리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버틸 수 있는 체력이 거의 바닥났다. 2018년 매출 437억원, 2019년 398억원, 2020년 265억원을 기록했고, 급기야 지난해는 매출 202억원으로 4년 전의 반토막으로 떨어졌다.


장애인 표준사업장까지 갖춘 빌트조명은 다른 업체들에 비해 입찰 경쟁에서 유리한 편이다. 이런 빌트조명의 고전은 곧 조명업계의 현실이다. 빌트조명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더욱 힘겹다.

경기 고양시에서 조명업체 이리코를 운영하는 조태형 대표는 최근 5년간 적자를 보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건설현장에 조명기구를 납품하는데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수익이 줄어 대출로 버티고 있다. 조 대표는 "모든 비용이 다 올랐지만, 조명 단가는 더 내렸다"면서 "공사의 마지막 단계가 조명인데 조명 단가는 깎지 않으면 대기업에서 결제를 안해줄 정도"라고 하소연 했다.

이리코 조태형 대표가 조명의 밝기와 색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종화 기자]

이리코 조태형 대표가 조명의 밝기와 색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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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매출 50억원은 올려야 회사의 정상 운영이 가능한데 지난해 무리해 가면서 41억원을 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낮은 35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주거래 은행에서 8%의 금리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조 대표는 "할 줄 아는 게 이 일이라 어떻게든 해보려 하는데 힘이 든다"면서 "청산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을 생각하면 금리가 높아도 대출 받아서 버텨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명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납품단가의 역주행'이다. 실제 대규모 건설현장의 조명기구 입찰 평균단가는 매년 하락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20년에 100원에 납품하던 제품을 지난해 95원, 올해는 90원에 납품하고 있다"면서 "이 가격으로는 수주를 해도 마이너스다. 입찰 참여를 두고도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오르기는 커녕 입찰단가가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 조 대표는 "중국산 자재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라고 했다. 최저가 입찰경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값싼 중국산 자재와 부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중국산 자재가 90% 이상 시장을 점유하면서 업체들간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도라는 것이다.


게다가 불합리한 인증제도로 인한 비용도 부담이다. 빌트조명은 연평균 매출의 1.7%가량을, 이리코는 2%가량을 인증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조 대표는 "불법과 합법을 넘나드는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인증 때문에 기업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전을 위한 인증은 조명을 사용하는 사람이 안전한지, 아닌지를 따지면 된다는 뜻이다. 감전 위험이 있는 220V(볼트)를 사람이 손으로 직접 조작하는 기구라면 당연히 안전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안정기를 통해 20~30V로 낮춰진 전압이 적용된 기구는 안전인증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조 대표의 주장이다.


조 대표는 "해외 진출을 통한 생존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리코는 최근 추진 중인 독일 조명업체 P사와의 수주계약에 사운을 걸고 있다. 계약규모는 2억원 정도로 크지 않지만, 이 계약을 교두보로 유럽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어떤 조건을 요구해도 그 업체와 계약을 성사시키겠다"고 했다. 더 이상 국내시장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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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이제는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라면서 "종합심사 낙찰제나 순수내역 입찰제 도입 확대 검토, 고효율인증제 등 각종 인증제도에 대한 적극적 개선 등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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