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표 몰락, 대통령 탄핵
2003년 데자뷔 땐 양날의 칼
[아시아경제 이정재 경제미디어스쿨원장 겸 논설고문] 지난 주말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됐다. 그의 구속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김용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스스로 "측근이라면 김용 정도는 돼야"라고 할 정도의 측근 중 측근이다. 김용은 오랫동안 이재명 캠프의 돈줄을 관리해왔다. 그가 받았다는 경선자금 8억원은 거대한 파국의 문을 여는 열쇠일 수 있다. 인화력은 권력 지형을 통째로 바꿀만큼 클 수 있다.
그간 이재명 대표를 겨눈 검찰의 칼은 크게 세갈래였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친문 게이트’를 맡은 반부패2부, 대장동을 겨눈 반부패3부, 쌍방울 경영진 비리와 성남FC 후원 비리를 수사 중인 수원지검. 그 세개의 칼이 김용 구속을 기점으로 한 곳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표의 대선자금 수사다.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결말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추론은 가능하다. 2003년 헌정사상 첫 대선자금 수사가 본보기다.
당시 수사는 우연히 시작됐다. 대선자금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많았던 때다. SK해운의 분식회계를 수사하던 검찰이 이상한 돈 흐름을 잡아냈다. SK의 횡령ㆍ비자금과 대선자금의 연결 고리를 찾아낸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검찰은 LG그룹을 압수수색해 현찰 150억원을 만남의 광장에서 트럭째 전달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 유명한 ‘차떼기’다.
결과는 익히 아는 바다. 당시 야당 대표 이회창은 몰락했다. 대쪽 이미지가 상처받았다. 다시는 재기하지 못했다. 야당은 풍비박산했다. 배상금을 물어내느라 당사를 판 한나라당은 여의도에 천막을 치고 일했다. 이회창의 대안으로 박근혜 대표가 등장, 훗날 대통령이 됐다.
여권도 무사하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만 나와도 사퇴하겠다"며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허용했다. 결과는 8분의 1. 대선자금을 거둔 노무현의 측근 안희정은 구속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소추됐다. 여당은 둘로 쪼개졌다. 하지만 인생과 정치란 게 새옹지마, 탄핵소추의 후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압승했다.
이번엔 어떨까. 20년 전과 꼭 같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그때와는 크게 세가지 다르다. ①2003년엔 검찰과 대통령이 불편한 관계였다. 지금은 밀착 관계라 할 수 있다. ②당시엔 여야를 다 수사했다. 지금은 야당 대표만 수사 중이다 ③당시엔 여야 대선주자는 수사하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이 형사소추에서 면제됨에 따라 야당 대표도 형평성 차원에서 면제했다.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되는 결말은 비슷하다. 여야의 권력지도가 확 바뀔 것이다. 이재명의 몰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구체적 증거 앞에 법의 심판을 피할 수는 없다. 야당의 앞날은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포스트 이재명의 대안이 마땅치 않다.40년 간 한국 정치를 쥐고 흔든 586은 수명을 다했다. 이번이 586 청산의 절호의 기회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되레 ‘개딸’과 586의 목청이 더 커져 정치 파괴의 혼란만 부추길 것이다.
여권도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 대통령실엔 검찰 공화국이란 프레임이 더 크게 덧씌워질 것이다. 수사결과를 부인하는 야권발 ‘묻지마 저항’이 불보듯 뻔하다. 나라안팎 풍전등화의 위기는 나몰라라 거리엔 정쟁의 깃발만 나부낄 것이다.
그럼에도 판도라의 상자는 끝내 열렸다. 파괴와 혼란이 상자밖으로 뛰어나올 것이다. 희망은 상자 안에 갇힌 채다. 그래도 희망은 포기하지 않고 노래를 부를 것이다. 노랫말은 이런 것들이다.
검찰은 오로지 증거와 사실만으로 말해야 한다. 엄정하고 또 엄정한 팩트만이 검찰이 살 길이다. 법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정치 사법’을 끝내야 한다. 또 다시 법원이 정치에 휘둘린다면 이 땅의 사법 시스템은 완전히 망가질 것이다.
대통령은 검찰과 사정의 오른팔만 쓰지 말고 정책과 민생, 경제의 왼팔도 써야 한다. 과거를 바로잡는 적폐 청산만이 아니라 미래와 비전, 희망을 말해야 한다. 여기에 야당의 운동권 586 청산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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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경제미디어스쿨원장 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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