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언제 벗나] 한국 마스크 100년사
스페인독감 끝나가는 1919년 말부터 한국서 마스크 등장
1930년대 겨울철 경성 거리서 마스크 착용 활발
1960년대 말 "마스크 효과 없다" 주장도

한국서 100년간 마스크 써…"마스크 착용에 우호적"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변선진 기자] '팬데믹은 반복되고 그 때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마스크를 벗는다.'

한국 마스크 100년 역사를 보면 대체로 그랬다. 항체 형성으로 치명률이 떨어지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자연스레 줄어들었을 때쯤이다.


코로나19로 한국 역사상 처음 마스크 착용 의무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진 후, 실외마스크 의무가 도입 682일 만인 지난달 26일 해제됐다. 백신 접종 등으로 코로나 항체보유율이 97%에 이르며 치명률은 독감 수준의 0.11%가 되면서 장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도 선별적으로 해제할 방침을 밝히면서, ‘완전한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스페인독감 최정점에도 한국선 마스크 안 썼다

방역의 용도로 쓰인 마스크의 시초는 영국 의사 줄리어스 제프리스가 1836년 발명한 호흡기(Respirator)로 전해진다. 입 혹은 입과 코를 가려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폐·결핵 환자들의 호흡 장애를 완화하는 도구다. 이후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예방도구로 널리 알려졌다.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세균학이 전파된 1880년대 후반 지식인 계층이나 병원에서 사용됐다.

한국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이보다 느린 편이다. 이 때문에 1918년 초~1920년 말까지 세계 인구 5억명을 감염시키고 1700만~5000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스페인 독감이 유행할 때에도 국내에선 마스크가 보급되지 않았다. 당시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내려졌고, 중국·일본은 1910~1911년 폐페스트 유행 이후 마스크 착용이 이미 활발했을 때였다.


2017년 발행된 김택중 인제대 의학 교수의 ‘1918년 독감과 조선총독부 방역정책’ 논문에 따르면, 조선총독부는 1919년 3월 발생한 스페인 독감 유행으로 추정 인구 1705만7032명 중 755만6693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4만52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선총독부는 감염자·사망자 수를 집계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역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마스크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스페인 독감이 끝나가는 1919년 말~1920년 초로 추정된다. 인플루엔자·성홍열·발진티푸스 등 당시 감염병이 겨울철 유행하면서 조선총독부가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이라고 권고하면서다. 1930년대 중반에는 경성 거리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흔한 풍경이었다고 한다.


1962년 인플루엔자 유행 때도 마스크는 감염병 예방수단으로 활용됐다. 다만 1960년대 후반 의료계에서 마스크 착용 습관이 '과학적으로 해롭다'는 견해가 나오면서 마스크의 방역효과에 대한 믿음이 이 때 조금 잃었다는 평가도 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한국인들 마스크 쓰는 데 '익숙'

한국에서 보건용 마스크가 등장하고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된 시점은 2000년대 후반이다. 감염병 바이러스와 황사·미세먼지의 입자를 정교하게 막을 필요가 있어 'KF(Korea Filter)'로 마스크 차단 등급이 매겨지게 됐다. 2009년 신종 플루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을 잇따라 경험하면서 정부는 그 때마다 ‘마스크 쓰기 운동’과 같은 캠페인을 벌여 왔다.


정부가 2020년 11월13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꺼내들기 전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점은 직전의 마스크 착용 학습효과라는 분석이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교 유명순 연구팀이 코로나 초인 2020년 3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 비율은 무려 97.7%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확산할 2020년 당시 미국·유럽에서 일어난 ‘마스크 불태우기 운동’과 같은 시위가 한국에선 일어나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국서 100년간 마스크 써…"마스크 착용에 우호적" 원본보기 아이콘



엔데믹 접어들 때쯤이면 탈마스크…그러나 실내 마스크 의무는 제약

다만 일상회복기로 접어들면서 여전한 ‘마스크 강제’에 대한 국민 피로도는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명순 연구팀이 지난달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내마스크 착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선, 응답자 55%는 당장 해제가 가능하다고 봤다. 방역당국도 코로나 초기 일일 확진자를 집계·발표하던 방역 대응체계를 지금까지 해왔는데, 최근 이를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가 예전 만큼 치명적이지 않고 의료시스템도 잘 돌아간다는 이유에서다.

AD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는 언제나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마스크 착용 의무 전면 해제가 언젠가는 풀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 시기를 놓고 입장차가 존재할 뿐이다. 적어도 7차 대유행 이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정기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더라도 마스크 착용 권고·홍보는 계속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이라도 부분적으론 해제 가능하다고 보는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본질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게 일상이었기 때문”이라며 “당장 실내마스크 의무를 부분적으로 해제하더라도 권고가 유지되고 준수율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