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못 채우고 '불명예 퇴진'
비대위 산하 재난대책소위 맡아 사고 수습 전념키로
단독 대표 올라선 홍은택 "피해 보상·서비스 인프라 투자…사태 수습 총력""
책임 공방 논란에 "특별한 대응 안해…구상권 논의 단계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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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유리 기자, 강나훔 기자, 이승진 기자] SK㈜C&C 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사퇴했다. 올 3월 취임한 남궁 대표는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카카오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 정책을 수립하는 한편,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자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를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남궁훈 대표 사퇴…"막중한 책임 통감"

19일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남궁 대표의 사임을 밝혔다. 지난 15일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전면 마비된 지 닷새 만의 결정이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고 계신 이용자와 파트너분들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다"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데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머리 숙였다. 이어 "참담한 심경과 막중한 책임 통감한다"라며 "쇄신과 변화의 의지 다지고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이 사태를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재난대책소위를 맡아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남궁 대표는 사퇴 이유에 대해 "IDC 관리 책임은 제가 맡은 조직 중 CTO 산하에 있어 조직 구조상 저에게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을 책임지던 대표였기 때문에 그동안 매출이나 영업이익 중심으로 모든 사고를 했고, 사업자 중심으로 의사결정 내려왔다"면서 "대표 자리에 계속 있는 것보다 내려와서 이 사태가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느끼고, 회사도 그렇게 방향성을 잡는 의사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TV를 보면, 사고가 생겼을 때 책임자들이 사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과연 책임지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왔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저의 모든 역량을 쏟는 것이 제가 제대로 책임을 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남궁 대표는 "이번 사태는 카카오의 비극이기도 하지만 IT 업계의 비극"이라며 "어떤 문제로 인해 발생했는지 세세하게 조사하고 이를 인프라를 담당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 대표는 지난 3월 카카오의 단독대표로 취임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복심이자 위기 때마다 등판했던 구원투수에게 카카오의 방향타를 맡겼다. 당시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논란이 커지고 카카오 주가가 폭락하는 등 위기의 상황에서 ‘신뢰 회복’과 ‘혁신’이라는 묵직한 과제를 맡았다.


남궁 대표는 공식 취임 전부터 주가 15만원을 회복하기 전까지 법정 최저 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하는 등 분위기를 잡아갔지만,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에 책임론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화재 발생 후 닷새째인 이날까지 서비스 완전 복구가 지연되면서 이용자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까지 강력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고, 이 여파로 남궁 대표는 임기 1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대표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카카오 남궁훈 대표 사퇴 "책임 통감…마지막 소임 다할 것" (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피해 보상·서비스 인프라 투자…"사태 수습 총력"

남궁 대표의 사임으로 카카오는 홍은택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이번 화재 관련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홍 대표는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우선 카카오는 이번 서비스 장애로 피해를 본 이용자들, 파트너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보상 정책을 수립한다. 피해 신고 접수는 그동안 고객센터 등을 통해 받아왔지만, 이날부터 별도의 신고 채널도 열기로 했다.


홍 대표는 "유료 서비스 이용자뿐 아니라, 이번 장애로 피해를 본 이용자와 파트너, 다양한 이해 관계자분들에 대한 보상을 검토하겠다"라며 "SK와의 책임소재를 다투기에 앞서 먼저 보상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무료 서비스 보상 기준에 대해 "무료 서비스 보상 선례 기준이 없어서 어떤 사례가 있는지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직접 보상액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간접 보상액은 기준을 세워보면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를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처럼 데이터센터 한 곳이 완전히 멈추더라도 원활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홍 대표는 "복구가 지연된 원인은 서비스의 주요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중화 조치는 돼 있었으나 개발자들의 주요 작업 및 운영 도구가 이중화되지 못한 데 있었다"라며 "이 도구들의 이중화는 판교데이터센터의 운영이 안정화되는 대로 시작하겠다. 안정화 이후 2개월 안에 유사한 사고는 막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카카오는 4600억원을 투입, 내년 중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시흥에서도 2024년 데이터센터의 착공을 목표하고 있다. 홍 대표는 "자체 데이터센터는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방화, 내진과 같은 방재시설을 더 안전하게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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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와 책임 공방 없다…구상권 논의 단계도 아냐"

이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SK C&C에 있지만, 카카오의 미흡한 대응도 홍 대표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우선 그동안 트래픽 증폭에 대한 모의 훈련은 했지만, 데이터센터 전원이 완전히 차단됐을 때를 대비한 훈련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 대표는 "카카오톡에는 일종의 민방위 훈련이라 부르는 카카오톡 트래픽을 관리하는 모의 훈련이 있다"며 "예를 들어 트래픽이 폭증하는 시기가 연말 제야의 종소리가 울릴 때인데, 이런 상황에 대해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셧다운과 관련한 모의 훈련은 없고 데이터센터 자체가 셧다운된 사례가 없었다"며 "카카오 운영 데이터 서비스 대부분은 이중화됐지만 이를 다루는 작업 도구가 이중화되지 않은 것이 실책"이라고 시인했다.


홍 대표는 다만 SK C&C가 져야 할 책임도 크다고 짚었다. 그는 "서버는 저희가 구축하고 전력을 SK 측이 공급해주는 방식"이라며 "전력공급이 안된 것이 핵심이고 사고 나자마자 리튬 배터리가 케이블에 영향을 줘서 서버가 다운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간과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요구한 것이며 그 외에 저희가 어떤 더 책임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SK에 대한 구상권 청구 여부와 "SK와 구상권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며 "사고 원인이 확인되면 논의를 시작할 것이고 구상권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가 할 일을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양측이 사고 원인 두고 공방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는 특별히 대응하지는 않는다"면서 "사실 감식반 사고 조사반들이 투명하게 밝혀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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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사태 수습에 김범수 의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홍 대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홍 대표는 "김범수 창업자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문제에 대해 지금 비대위가 꾸려졌고, 김범수 의장의 입장은 24일 국정감사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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