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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제러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부 장관이 리즈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을 사실상 폐기하자 금융시장은 환영했지만 트러스 총리의 단명 위기는 깊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채권시장에서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37%로 0.40%포인트 넘게 하락했고, 파운드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한때 2.2% 올랐다. 흔들렸던 주요국 증시도 반등했다. 이날 미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86% 오른 3만185.82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65%, 3.43% 상승했다.

유럽증시 또한 일제히 상승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 600 지수가 1.83% 급등했고, 독일 DAX 지수와 프랑스 CAC 40 지수도 각각 1.70%, 1.83% 뛰었다.


헌트 장관은 이날 영상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소득세율 인하를 취소하고 에너지 요금 지원은 축소한다고 밝혔다. 최저 소득세율을 20%에서 19%로 낮추는 시기를 1년 앞당기려던 것을 아예 취소해버리고 경제 여건이 될 때까지 무기한 동결한다고 말했다.

또 보편적 에너지 요금 지원을 2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내년 4월부터는 취약계층 위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표준 가구 기준 에너지 요금을 2년간 연 2천500파운드(약 400만원)로 제한할 계획이었다.


배당세율 인하, 관광객 면세, 주세 동결 계획 등도 모두 뒤집었으나, 이미 의회를 통과한 주택 취득세율 인하와 소득세 격인 국민보험 분담금 비율 인상 취소는 예정대로 간다고 말했다.


벌써 두 번의 유턴을 겪었던 트러스 총리의 대표 경제 정책이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지금까지 취소된 감세정책 규모가 연 320억파운드(약 32조원)에 달했다.


헌트 장관은 이날 오후 의회에 출석해 경제 자문위원회 신설을 약속했다. 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3%로 확대하는 계획에 관해 확답하지 않고 막대한 이익을 거둔 에너지 기업에 부유세를 걷는 방안에 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트러스 총리의 정책 방향을 더 바꿀 것임을 재차 시사했다.


헌트 장관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예산안 일부를 예정보다 2주 앞당겨 발표했다. 당초 쿼지 콰텡 전 재무부 장관은 오는 31일에 예산안과 함께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중기재정전망을 함께 내놓을 예정이었다. 전체 예산안과 OBR 중기재정전망은 예정대로 발표된다.


취임 일성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대표 경제 정책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트러스 총리의 단명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트러스 총리의 감세를 통한 성장 공약이 거의 다 폐기되며 자리를 지킬 명분이 사라지고 있고 헌트 장관이 사실상 총리처럼 보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내에서도 트러스 총리를 향한 사임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앞서 데일리 메일은 보수당 의원 100명 이상이 이미 불신임 서한을 보낼 준비를 마쳤으며 이번 주 후반 트러스 총리를 내쫓을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개적으로 사임을 요구한 보수당 의원이 이날 2명 추가돼 5명으로 늘었다.


이에 관해 트러스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서 "영국 국민이 안정을 원하고, 그것이 우리가 경제 여건 악화로 인해 직면한 심각한 문제에 대응하는 이유"라며 "성장을 위한 새로운 경로를 짜기 위해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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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총리가 의견을 듣고 시장안정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지난 주말 재무장관과 만나 논의했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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