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국부·독재자 평가속 '경제부흥' 카드…재집권 노리는 97세 마하티르
집권시기 국가 경제 급성장
농업국가에서 車 생산국으로
야권언론 등 탄압 비판도
다음달 15대 총선 출사표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97살의 나이로 다음 달 실시될 차기 총선에 출사표 던졌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후진 농업국가던 말레이시아를 무역 대국으로 격상시켜 말레이시아의 ‘국부(國父)’로 칭송받는 인물이다.
최근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룰라) 전 대통령이 경제 부흥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인기를 모았다. 마하티르 전 총리도 경제 성장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에 힘입어 차기 총리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마하티르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제15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차기 총리와 관련해서는 "우리 당이 승리해야 총리가 될 수 있는데 아직 결정한 바가 없다"고 답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제성장에 일조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소속이던 마하티르 전 총리는 정치적 제자였던 나집 라작 전 총리가 2015년 수조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휘말리자 그의 퇴진 운동에 가담하면서 야당 지도자로 변신했다.
나집 전 총리는 재임 시절 경제개발 목적으로 ‘1MDB(1Malaysia Development Berhad)’라는 국영투자기업을 세워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석유를 담보로 국내외 자본을 유치한 뒤 1MDB의 자회사인 SRC를 통해 45억달러(5조2000억원)를 빼돌렸다. 또한 SRC가 거액을 대출받도록 정부보증을 승인하고 중개업체를 통해 4200만링깃(약 125억원)의 수수료를 자신의 은행 계좌로 송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이 사건을 계기로 나집 전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가 여당 연합 국민전선(BN)에 축출돼 야당 지도자로 노선을 바꾸게 된다.
이후 신 야권연합인 희망연합(PH)에 합류한 마하티르 전 총리는 2018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말레이시아가 영국에서 독립한 지 61년 만에 정권교체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마하티르 전 총리는 2020년 여당 내부 갈등이 심해지자 국왕의 재신임을 받으려는 정치적 계산 아래 총리직을 사임했으나 재신임에 실패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집권 시기에 말레이시아의 경제를 급속히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일본과 한국으로부터 배우자는 ‘룩이스트(Look East)’ 정책과 2020년까지 말레이시아를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겠다는 ‘와와산 2020’ 정책을 펼치며 농업 빈국이었던 말레이시아는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하는 경제 강국으로 키워냈다.
1981년 250억달러(약 27조원)에 불과했던 말레이시아의 국내총생산(GDP)는 2003년 110억달러로 급증했다. 아울러 GDP의 80%를 웃도는 공공부채를 감축하고자 대형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중단하고 서민 생활의 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설정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긴축재정과 신자유주의를 조건으로 내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회생을 택한 것도 호평을 받았다. 당시 그는 자본유출을 막고자 말레이시아 증시에서 번 투자수익을 빼낼 때 최고 30%의 유출세를 부과했다. 자국 링깃화에 고정환율제를 적용하기도 했다. IMF는 이를 두고 "보완과 조정이 아주 실용적이며 유연한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개발독재·말레이계 우대정책은 비판
반면 마하티르 전 총리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야권과 언론에는 탄압을 가하는 철권통치를 펼쳐 개발 독재자라는 상반된 평가도 받는다. 그는 "일부 개발도상국의 경우 세계화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서구형 민주주의보다 좋은 독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민주주의보다 권위주의에 기반한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집권 22년간 말레이계를 중심으로 강력한 지지기반을 형성하고자 ‘부미푸트라’로 불리는 말레이계 우대 정책을 펼쳤으며 말레이시아 부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계와 인도계를 차별하기도 했다. ‘부미푸트라’는 말레이시아 토착민을 뜻하는 단어다. 마하티르 전 총리의 말레이계 우대 정책은 오늘날 중국계 인력들이 대거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더해 그가 2015년 창당한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PBM)’이 말레이시아 인구의 50.1%를 차지하는 말레이인 외에는 당원이 될 수 없다는 당규를 내걸면서 인종주의 정당이라는 비판에 휘말리기도 했다.
◆경제 부흥 향수 자극하나
마하티르가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자 외신들은 즉각 그의 재집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다시 총리에 오르게 되면 전세계 정상중 최고령이 된다. 일부에서는 최근 룰라 전 대통령처럼 경제 발전에 대한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열망을 자극해 그가 다시 한번 총리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룰라 전 대통령은 엘리트주의 타파, 최저임금 인상, 고소득층 증세로 브라질의 양극화를 타파해 빈곤 인구를 4000만명 줄이는 성과를 낸 인물이다. 그는 지난 2일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은 브라질 대선에서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누르며 결선투표에 올랐다.
하지만 마하티르 전 총리가 2018년 총선때처럼 유권자들에게 큰 지지를 얻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가 속한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PBM)이 말레이시아인 이외의 인종에 대해서는 지지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도 나집 전 총리를 겨냥하고 있다. 현재 구속 중인 나집 전 총리는 여전히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나집 전 총리는 현재 1MDB와 관련된 몇 가지 다른 재판을 진행 중이며 여기서 유죄가 연장될 경우 그의 형기가 연장될 수 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이과 관련해 "만약 그들(국민전선(BN))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그들의 첫 번째 조치는 국왕에게 나집 전 총리의 사면을 요청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그들은 국민의 복지보다 자신들의 승리로 정권을 구성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 총선 어떻게 치러지나
말레이시아는 연방 입헌군주국으로 말레이반도 9개 주 최고 통치자가 돌아가면서 5년 임기의 국왕직을 맡는다. 총리는 통상 다수당에서 가장 많은 신임을 얻는 당수를 국왕이 지명하는 방식으로 선정된다. 따라서 총선이 단순 국회의원 선거를 넘어 한국으로 치면 차기 권력을 누가 잡는지를 결정하는 대선의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국회의원의 임기는 기본 5년이지만 이는 최대 임기일 뿐이며 총리가 국왕에 요청해서 국회해산을 할 경우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국왕은 총리의 의회 해산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2020년 사임을 발표한 뒤 그가 속한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PBM)은 희망연합(PH)을 탈퇴했다. 이후 무히딘 야신이 차기 총리로 선임되면서 국민연합(PN) 정권이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무히딘 총리는 지난해 8월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실패를 책임지고 사퇴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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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왕이 후임 총리로 국민전선(BN) 내의 다수당인 UMNO 소속의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를 지명하면서 국민전선은 다시 집권여당의 자리에 올랐다. 이스마일 총리는 조기 총선을 위해 내년 7월까지던 14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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