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많은 미국인들에게 매년 7월4일은 축제나 다름없다. 화려한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가족·지인들과 함께 바비큐를 먹은 후 밤하늘 아래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것을 지켜본다. 그날 하루는 인사도 "해피 포스(Happy 4th)"로 통한다.
1776년 7월4일 식민지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영국의 식민 지배를 부정하고 오늘날 미국 헌법의 근간이 된 독립선언문을 발표한 날, 바로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방식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나 일상의 활기를 되찾은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위치한 메이시스 백화점은 7월 들어 아예 외관을 성조기 색인 빨간색과 파란색 장식으로 바꿨다. 아이스크림부터 의류까지 상점가 곳곳에서는 이른바 ‘포스 오브 줄라이’(The Fourth of July) 에디션이 쏟아졌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당일 주요 도시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불꽃놀이 경쟁.
불꽃놀이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 누군가의 입에서 시작된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맨해튼 길거리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 장면을 지켜보며 순간 여러 감정에 휩싸였다. 많은 한인들은 이러한 풍경을 보며 남북 분단의 아픔·친일파 청산 숙제 등으로 온전히 기뻐할 수만은 없는 우리의 광복절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모든 미국인들이 독립기념일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옷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날, 의도적으로 검은 옷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립기념일 직전 만난 한 뉴요커 엘리자베스는 "올해도 검은 옷을 입을 것"이라며 "축제로 즐길 수 없는 날"이라고 말했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출신의 에밀리도 "일부의 독립을 미국의 독립으로 볼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1776년 7월4일 독립선언문으로 돌아가보자. "만인은 평등하게 창조됐으며 모든 개인은 신으로부터 그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생명·자유·행복추구권을 부여받았다." 미국의 건국이념이 된 이 선언은 과연 모든 사람에게 유효했는가. 생명·자유·행복추구권은 미국의 본질이자 때때로 자부심으로까지 여겨진다. 그렇다면 이를 누릴 수 있는 ‘모든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흑인 노예는, 원주민은, 여성은 포함됐는가. 답은 슬프게도 ‘아니오’다.
특히 올해는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미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50년 만에 뒤집은 탓에 한층 시끄럽다. 21세기가 돼서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결국 인정받지 못한 탓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여성의 선택권은 죽었다"며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대신, 검은 옷을 입고 ‘거대한 인권 위기’에 저항하자는 캠페인들도 잇달아 확인됐다. 이는 미국 사회에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는 모양새다. 2022년 현재, 모든 사람이 생명·자유·행복추구권을 누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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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을 축하하지 못하는 대다수 미국인들은 ‘더 자유롭고 평등한 미국’을 위해 역사를 돌아보고 숨겨진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평생 인간의 평등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던 노예 출신 시민운동가 프레드릭 더글러스의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권리는 성별에서 오지 않는다. 진리는 인종에 연연하지 않는다(Right is of no sex, truth is of no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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