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카오·구글 전쟁속 방통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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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빈틈을 보였고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시련의 계절이다.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한 정치권, 여론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따갑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 '꼼수'를 제어하지 못하면서다. '사후 조사'를 원칙으로 하는 방통위 지침에 따라 실태점검에 나선 사이 이용자 피해가 커졌다. 30%에 달하는 인앱결제 수수료로 인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원, 웹툰, 웹소설 등 모바일 콘텐츠의 서비스 이용료가 줄줄이 인상됐다.

방통위의 방관은 국내 대표 IT기업인 카카오와 글로벌 IT기업 구글의 갈등으로 번져나갔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 내 아웃링크 방식의 웹 결제를 유지하자 구글이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하지 못하도록 최신 버전 심사를 거절했고, 이에 카카오는 카카오톡 설치파일을 직접 배포하는 방식으로 응수하면서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그 사이 안드로이드용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제때 하지 못하면서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


어제 있었던 방통위·카카오·구글 3자 대면 회의 결과도 신통치 않았다. '원만한 해결 합의'라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면서다. 방통위의 어설픈 중재는 스스로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만약 카카오의 웹결제 아웃링크 유지 방침 철회 시, 화살은 다시 방통위에게로 향할 것이 뻔하다. 카카오톡 최신 버전 업데이트 심사 승인 거부에 대한 구글의 당위성을 인정하게 되는 것으로 사실상 구글의 손을 들어주게 되는 셈이다. 구글에 대한 규제 요구가 빗발치는 와중에 오히려 '구글 감싸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올수도 있다. 양측 갈등이 지속돼도 문제다. 이 경우 규제도, 중재도 못하는 무능한 기관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것이 이 모든 상황은 방통위가 자초한 일이다.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을 촘촘하게 만들었다면, 선제적으로 규제에 나섰더라면 구글이 법을 우회하는 꼼수를 벌이는 일도, 앱 개발사들이 콘텐츠 가격을 올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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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갑질방지법의 취지는 명확하다. 개발자·창작자의 권리 보장과 이용자 권익 신장, 혁신과 창의가 숨 쉬는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활발히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앱마켓사가 이러한 취지를 벗어나 꼼수를 통해 시장남용행위를 일삼는다면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도 응당 규제를 가하는 게 마땅하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 정책이 시행된지 한달이 지나도록 '실태점검'만 말하는 방통위의 소극적 대처가 아쉬울 따름이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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