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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로 숨찬데…정규직·신재생 신기루 쫓은 한전

최종수정 2022.07.04 08:59 기사입력 2022.06.27 13:06

원자재가 급등에 적자폭 커져
과도한 증원·임금 인상도 한몫
요금인상 외 재무 개선 부족해

5년새 정규직만 1603명 증가
文정부 신재생에너지 과속 추진
한전공대 졸속개교도 논란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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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배경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연료비 상승이 요인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연료비가 오르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치솟아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한전이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재무구조 개선보다는 인력 증원 및 직원들의 임금 인상 등 과도한 복지에 집중한 것 역시 적자를 키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공기업에 대해 "고연봉 임원진의 경우 스스로 받았던 대우를 반납하고 과도한 복지제도를 축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한전에 대한 ‘자성 촉구’ 발언 역시 사상 최대 적자로 경영진도 방만 경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그널로 읽힌다.

치솟는 전력구매가 지난해 10월 판매가 역전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1kwh당 SMP는 107.76원으로, 판매가 98.0원을 상회했다. 이때부터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가 본격화한 셈이다. 올해 4월 SMP가 사상 최고점(202.11원)에 달했을 때 전력 판매가는 103.7원으로 kwh당 약 98.4원씩 손해를 봤다. 5년 전인 2017년 6월 기준 SMP 82.71원, 소비자에게 전기를 판매하는 가격은 115.4원으로 kwh당 약 32.69원씩 수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경영이 어려울 정도로 재무구조가 심각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연료비는 4조2968억원(2017년)에서 올해 7조6484억원까지 약 3조원 이상 치솟았다.

늘어난 전기사용량도 한전의 적자구조를 악화시켰다. 한전에 따르면 국내 인구 1인당 전기사용량은 같은 기간 9869kwh에서 1만330kwh로 4.6% 증가했다. 문제는 적자구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한전은 적절한 요금 인상 요청 외 별도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미미했다는 점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공공기관으로서 적자를 보더라도 국민 생활 안정화라는 이유로 그동안 감내해온 부분이 있다"면서도 "과거 2008년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에 대해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보조금을 지급해 만회하면서 어려울 땐 ‘정부가 도와준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인력·인건비 확대 국민 정서 반감

지난 5년간 무리하게 인력을 늘린 것도 한전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줬다. 한전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매년 평균 1544명씩 정규직을 뽑았다. 이 기간에 한전이 영업이익을 낸 해는 2017년과 2020년 등 2개년에 불과하다. 한전은 지난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0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이 같은 경영난에도 한전이 매년 약 1500명씩 정규직을 늘린 건 문재인 정부가 고용정책 일환으로 공공기관 채용 확대를 추진해서다.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제로’ 정책도 이 같은 정규직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한전 정규직은 2017년 2만2114명에서 지난 1분기 2만3717명으로 불과 약 5년새 1603명 늘었다. 같은 기간 한전 비정규직이 566명에서 112명으로 5분의 1 가까이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정부가 2018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 ‘공공기관 자율정원 조정제도’ 역시 한전 인력 확대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이 필요한 경우 기획재정부 승인 없이 정규직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 확대 차원에서 조정제를 도입했다가 2020년 3월 제도를 조기에 폐지했다. 공기업들이 잇따라 조직 규모를 키우며 재무구조 악화가 가속화하는 등 부작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의무 확대도 부담

신재생에너지 과속 보급도 한전 적자를 키운 주요 요인이다. 문재인 정부 기간 가격이 비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린 반면 비교적 저렴한 원전 비중은 줄이다보니 전력 발전단가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한전이 지난해 구입한 신재생에너지는 4만1059GWh로 2017년(2만6100GWh) 대비 1.6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한전이 구입한 전력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4.9%에서 7.4%로 2.5%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한전이 신재생에너지를 구입할 때 지불한 비용은 kwh당 103.72원으로 원전(56.28원)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이 밖에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였던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개교한 한전공대는 향후 10년 동안 1조6000억원 규모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공대 설립 비용 상당수는 한전과 전력그룹사가 부담한다. 한전은 이미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전공대에 약 800억원을 출연했다. 한전공대는 지난 3월 본관 한 동만 갖춘 채 개교해 ‘졸속 개교’ 논란이 일었다. 기숙사 등 새로 지어야 할 시설이 한두 개가 아닌 데다 교원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서다. 그만큼 한전이 한전공대에 추가로 들일 비용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한전 내부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전 적자의 주된 배경은 전기요금에 있지만 정부가 한전 방만경영으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다. 당초 공기업인 한전이 정부 정책을 따르다가 적자 폭이 커진 것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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