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무벤스] "5년 먼저 갖춘 전기차 정비인프라…소방당국도 도움 받았죠"
정상환 BMW코리아 기술서비스·보증 이사
BMW, 전기차 보급확대 앞서 정비인프라 확충↑
호모 무벤스란 움직이는(movens)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탈 것을 다루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BMW가 i3를 처음 내놓은 2013년만 해도 ‘전기로만 가는 차’는 낯선 존재였다. 배터리의 전기를 동력 삼아 모터를 굴리는 발상은 몇 차례 실현된 적이 있으나 양산으로 이어진 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다른 완성차 메이커나 고객 상당수가 시큰둥한 시선을 보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이듬해 국내에도 i3를 선보였다. 기존 내연기관의 신차를 새로운 시장에 내놓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세상에 없던 차를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인 우리나라에서도 팔기 시작한 것이다. 각종 인증은 물론 팔고 나서는 유지·관리까지 책임져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남는’ 장사는 아니었다.
10년 가까이 흘러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특히 수입 브랜드의 평판을 가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정비인프라를 일찌감치 준비한 건 다른 브랜드에서 쉽게 따라잡기 힘든 경쟁력이 됐다. BMW그룹 코리아에서 기술·정비인력을 교육하고 보증·고객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정상환 이사는 "다른 국내외 브랜드와 비교하면 적어도 5년 이상 먼저 전동화차량 전문 정비인력을 준비, 따로 인증을 받은 고전압 정비인력(HVT)만 172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과거 자동차가 복잡한 기계장치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커다란 화학물질과 전자장치가 뒤얽힌 도구가 됐다. 유지·관리하는 방식이 바뀌는 것은 물론, 사고가 났을 때 대처요령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소방당국이 전기차 사고 시 주의사항을 마련하거나 교육 매뉴얼을 짤 때도 BMW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정 이사는 "전기차 자체는 안전하나 사고가 났거나 정비작업 중인 차량의 경우 충분히 사전조치를 취해두지 않으면 감전 등 사고 우려가 있다"며 "독일 본사 매뉴얼 등을 활용해 2016년 이후 몇 차례 소방청과 협의해 왔다"고 말했다.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본사나 공장에서 차를 들여오는 임포터, 판매·사후관리 등을 하는 딜러사 간 역할이 나뉜다. BMW코리아가 임포터며 코오롱모터스 같은 곳이 딜러다. 서비스센터 등 정비현장을 관리하는 일은 통상 딜러가 맡고 있는데, BMW는 직접 정비인력 교육이나 인프라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 이사는 "2018년까지만 해도 정비받는 전기차가 하루 1~2대 수준이었음에도 인증을 준비하고 표준·매뉴얼을 가다듬었다"며 "미래가 불투명해 투자를 왜 하느냐는 지적도 받았지만 지금은 큰 자산인 셈"이라고 말했다.
BMW는 자동차는 물론, 다른 업종과 비교해서도 현지화에 공들인 브랜드로 꼽힌다. 완성차업계에서는 BMW코리아를 일컬어 "자신들이 한국 회사인 줄 안다"는 얘기도 한다. 한국 메이커도 없는 드라이빙센터를 짓는가 하면 재단을 만들어 공헌활동을 하고 물류·정비 등 각종 인프라 투자도 아낌없이 나서고 있어서다.
정비 분야의 경우 고전압배터리나 관련 시스템을 정비할 수 있는 서비스센터 34곳을 갖추는 한편,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차체를 포함해 모든 전기화 모델을 점검할 수 있는 센터도 7곳에 달한다. 정 이사는 "각 센터 내 전기화 모델 전용 워크베이를 대거 확충해 대응할 예정"이라며 "부품물류센터에는 전기차 부품전용구역을 확보해 배터리 1000대 이상을 동시에 보관이 가능한 등 전기화 모델 부품수급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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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IT·컨설팅 분야에서 주로 일했던 경력은 최근 자동차산업의 대전환 시기와 맞물려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온라인·디지털 영역에 보수적인 자동차회사도 커넥티비티, 비대면 전략에 따라 차량이 네트워크에 실시간 연동되게 하고 있다"며 "차량상태를 온라인으로 수집·분석해 데이터지능 기술을 활용, 선제적으로 차량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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