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조정장' 백기 든 개미…떠난 자금 어디로 갔을까 "부채 상환"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격적인 행보로 코스피 3300·코스닥 1000 돌파의 주역으로 떠올랐지만 지난 1년간 부진한 시장에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작년 6월까지 15개월의 강세장을 경험하고 1년 가까이 조정장을 겪으며 누적된 피로도가 이들의 증시 이탈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떠는 이들의 자금이 금리 인상 기조로 예금으로 흘러 들어가거나, 부채 상환에 쓰일 가능성이 커 다시 주식 시장으로 돌아오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추가 자금 투입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향후 수급 주도권은 외국인이 쥘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4월 10조9000억원, 5월 9조6000억원, 6월 첫째주 기준 8조1000억원으로 감소 추세다. 5월 한달 기준으로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 급락했다. 주식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월 개인 순매수 규모는 17조5737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외국인(10조7235억원)과 기관(7조3281억원)이 던진 물량을 홀로 막아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1조원을 던지며 순매도로 전환했다. 월간 거래량 기준 개인이 순매도로 마감한 건 올해 처음이다.
이는 손실 공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 방망이를 짧게 잡았고, 이미 손실 구간에 진압한 개인 투자자들도 지속될 조정·하락장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간 저점 매수를 노리고 주식을 샀던 개인이 지난달 하순 코스피 지수가 반등했을 때 단기 차익을 실현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판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은 코로나19 팬데믹 랠리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는데, 평균 매수단가 개념인 매수대금 가중평균 코스피를 적용하면 작년 6월 고점에서 25%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다만 이후 조정이 진행되면서 올해 들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개인은 직전 시점의 수익률이 높을수록, 주가가 상승할수록 거래가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는 모멘텀 하락한 상황으로 개인의 수급 유입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매수 대기 자금으로 주식 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는 고객예탁금도 감소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말 기준 57조5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후 60~70조원대를 유지해온 투자자예탁금은 올해 1월 70조3447억원을 기록한 후 2월 63조4254억원, 3월 63조2826원, 4월 61조4062억원으로 연속 감소세를 보인다. 지난해 5월 예탁금이 사상 최고치인 77조9018억원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1년 새 20조원이나 증발했다.
떠난 자금이 다시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기느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명목 소비지출 증가로 이어진다. 높아진 가계 흑자율과 리오프닝 소비 회복으로 실질 소비지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한 수요가 바탕이 되고 있어 물가 상승에도 소비가 증가할 여지가 크다. 소비지출 전망은 올라왔지만 가계수입 전망은 자본소득 감소 등으로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소비 증가와 수입 감소가 나타나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감소하게 된다. 더불어 금리 상승은 가계의 부채 상환 압력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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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연구원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막대한 유동성 공급은 경제 주체 전반의 부채를 확대시켰고, 가계의 평균 부채 잔액은 총소득의 20배 수준으로 올라갔다"면서 "부채 증가와 금리 상승의 조합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은 과거 대비 높아졌기 때문에 여유 자금 활용은 투자보다는 부채 상환에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개인의 주식시장 유입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주식 시장 모멘텀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예금으로 자금 이동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라면서 "개인의 수급이 극적으로 반전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수급의 키는 외국인이 쥘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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