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잃은 반도체 꿈...투자 기회 빼앗긴 중국[新 경제안보 지형도]
④잇단 도시봉쇄와 미중 패권전쟁 장기화로 매력 잃은 중국 투자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정현진 기자]"약 40%의 반도체 회사들이 중국 대신 한국, 일본, 대만과 동남아시아로 제조 시설을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2022년 5월 톈펑국제증권 반도체 관련 보고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계기로 한·미·일을 비롯한 참여국 간 반도체 동맹 관계가 구축되면서 반도체 굴기를 꿈꿨던 중국의 입지가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자급자족 목표를 외치며 외국계 반도체 기업 유치에 공을 들였던 중국의 노력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도시봉쇄와 미중 패권전쟁 장기화 등으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3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한국 삼성,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해외 굵직한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중국 투자가 멈춰선 상황이다. 중국의 반도체 허브로 불리는 장쑤성이 다음달 외국계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온라인 행사를 기획 중이지만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IPEF가 출범한터라 기업 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대한 반도체 수요 시장을 보유한 중국을 겨냥해 일찌감치 중국 투자를 단행해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2019년 이후 내로라할만한 중국 추가 투자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가동중인 두 개 메모리 낸드 생산 공장은 2012년과 2018년에 착공한 것으로 그 이후 대규모 증설 투자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장쑤성 우시에서 D램을 생산하는 C2, C2F 공장을 운영 중인데, 이 역시 2019년 6월 C2F 공장 준공을 끝으로 추가 증설 계획은 잡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때 활발히 투자했던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더 이상 높이지 않고 국내 투자 확대와 미국 등 다른 해외 지역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중국 앞에 세워진 미국의 반대라는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채 잇따라 돌아서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의 대표 격인 인텔은 지난해 11월 중국 청두 공장에 투자해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생산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당시 인텔은 대만 TSMC나 삼성전자와 경쟁하기 위해 중국 고객을 확보해야한다면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압박을 가해 무산됐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도 2019년 6월 이후 지금까지 자국 정부의 중국 수출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요청 때문이다.
미중 패권전쟁 장기화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도시의 강제적인 봉쇄도 반도체업계엔 부담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봉쇄가 본격화 됐던 상하이에만 700여개 반도체 기업이 소재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전체의 25%에 해당한다. 무협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상하이시가 두 달 가까이 봉쇄됨에 따라 그에 따른 직접적인 손실액은 하루에 우리돈 약 2조2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주요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의약 산업, 항공산업의 피해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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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중국 투자 확대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을 알아챈 반도체 신생국들은 반도체 제조시설 보조금 등을 약속하며 이들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앙숙인 인도다. 지난달 초 팻 겔싱어 인텔 CEO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고,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대표단이 인도를 방문했으며 TSMC, 글로벌파운드리가 현지 공장 설립과 관련해 정부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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