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유류세 인하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유류세 내린다더니 주유소 가격은 왜 그대로 인거죠." "기름값 싸졌다고 하는데 체감이 전혀 안되네요."
이달부터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했지만 체감하지 못한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ℓ당 휘발유 83원, 경유 58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21원씩 가격이 낮아져야 하지만 동네 주유소 가격표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원흉’으로 지목된 정유사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수백억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직영주유소 판매가격과 주유소 공급가격을 낮췄는데도 기름값 인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것에 뾰족한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정제 마진 강세로 이뤄진 유례없는 호실적은 오히려 비난의 판을 키우는 배경이 됐다.
자영 주유소들은 유류세 인하 전 비싸게 사온 기름을 싸게 팔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유류세를 내렸던 2018년과 지난해 11월에도 발생했던 소모적인 논쟁이 데자뷔처럼 반복되고 있는 것. 결국 정부는 주유소 현장 점검을 나서 담합 등을 단속하겠다는 엄포를 놓는 등 정유업계와 주유소에 책임을 돌렸다.
고유가로 인한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세금을 낮췄는데 누군가가 불공정행위로 남몰래 이득을 챙긴다면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정확한 시장조사와 공정한 처벌이 이뤄져 ‘한 몫 챙기자’는 인식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기름값 관리 방안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
국제유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배럴당 100달러(WTI 기준)선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 이후 경제 회복의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지정학정 위기가 재차 발생한다면 유가 급등은 불보듯 뻔하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처지에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경고를 허투루 넘길 수는 없다. 이번에는 법정 최고 한도까지 유류세를 낮춰 급한 불을 껐지만, 언제까지 한시적 조치로만 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에너지 세제에 대한 새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