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談숲] "중고차시장, 달라지긴 할 텐데…"
대기업 진출 '카플레이션' 주목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같은 배기량에 주행거리·연식까지 엇비슷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고차 두 대가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이전등록 자료를 보니 한 대는 2108만원에, 다른 하나는 1486만원에 거래됐습니다. 40%가 넘는 차이입니다. 경차 가운데서는 같은 조건에서 가격이 60% 이상 차이가 나는 거래도 있었습니다. 거래 당사자 간 가진 정보가 극명히 갈리기 때문인데 이는 중고차 시장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구매자가 돈을 지불하려는 의향이 있는데도 정보를 충분히 가질 수 없어 시장 전반에 불신이 번진 탓에, 중고차 시장을 겉만 번지르르한 개살구 혹은 레몬 시장에 빗대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레몬은 영어권에서 결함있는 물건, 특히 차를 일컬을 때가 많습니다. 미국에선 자주 고장나고 제대로 수리가 이뤄지지 않는 차량 소비자를 위한 법을 레몬법으로 부릅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통상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은 편입니다. 중고차는 그렇지 않습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완성차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현대차 현대차 close 증권정보 005380 KOSPI 현재가 700,000 전일대비 12,000 등락률 -1.69% 거래량 4,332,789 전일가 712,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1분기 대기업 영업이익 156조원…삼전·SK하이닉스 ‘반도체 투톱’이 60% '팔천피'의 저주인가…뚫자마자 추락하더니 7400선 마감, 코스닥도 5% 빠져 코스피, 외국인 '팔자'에 장중 7600선까지 하락 는 불과 몇 년 전까지 대중 다수에게 비판 아닌 비난의 대상이었으나 최근 회사 외부의 시선이 많이 달라져다는 걸 직원들도 체감할 정도라고 합니다.
만드는 제품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중고차 사업 진출 결정이 적잖은 역할을 했습니다. 기존 중고차 업계에서 "대기업이 하면 비싸진다"며 반발하지만, 소비자들은 몇 푼 더 쓰는 건 참아도 속아서 사는 건 못 참겠다는 심산이 더 큰 가 봅니다.
회사가 직접 산 중고차의 상태를 살펴 필요한 부분은 고쳐서 파는 인증중고차는 국내에서도 사업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인증중고차 판매량은 2017년 3790대에서 지난해 9700대로 2.5배 늘었습니다. BMW는 같은 기간 8955대(미니 포함)에서 1만2305대로 늘었습니다. 평범한 이라면 가장 큰 돈을 지불하는 동산인 점을 감안하면 믿고 살 만한 물건이라는 점을 담보해주는 게 주효한 셈입니다. 현대차도 5년·10만㎞ 안쪽 중고차를 대상으로 인증중고차 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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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의 수준이나 가격이 시장에서 통할 것인지일 겁니다. 특히 신차와 중고차의 가격이 서로 영향을 주며 책정되는 업계의 관행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진출은 단순히 중고차만이 아닌 자동차를 둘러싼 전·후방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줄 공산이 큽니다. ‘카플레이션’을 부추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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