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교역은 글로벌 주요국의 경기 회복과 코로나19 경제 위기에 따른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상당히 좋은 흐름을 보였다. 수출액은 6444억달러를 기록하면서 기존 최고치(2018년 6049억달러)를 경신했다. 수입액도 최초로 6000억달러를 상회하면서 수출과 수입을 합친 교역액 또한 1조2595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 주력 수출산업은 물론이고 바이오헬스, 2차전지 등 신산업에서도 고른 수출 호조를 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무역수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출액보다는 수입액이 더 빠르게 증가해 연간 무역수지는 293억1000만달러 흑자를 보이면서 2012년(282억9000만달러)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중 간 패권 다툼의 진영화, 자국 우선주의가 대두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국내 수출입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먼저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변동이 즉각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한 러시아는 글로벌 원자재시장에서 원유, 천연가스를 각각 약 11%, 17%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니켈, 팔라듐, 다이아몬드, 바나듐 등 다양한 산업용 금속에 대한 생산 비중도 상당히 높다.
현재 러시아 원자재에 의존하는 정도에 따라 서방 국가들의 입장 차이가 존재하지만, 러시아의 무력행위에 대해 경제제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범위와 강도가 높아질수록 러시아가 수출하는 다양한 원자재에 대한 수급이 타이트해지고,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의 안정적인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글로벌 수출 여건 악화로 인해 국내 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글로벌 판매가격에 빠르게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 기업의 채산성 및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수출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對)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수출액은 지난해 각각 약 100억, 5억8000만달러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수출 피해는 비교적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들의 경제제재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서방 국가들의 경기 및 교역 침체가 발생할 우려가 존재한다. JP모건은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완전히 차단돼 국제유가가 150달러가 될 경우 글로벌 경제성장률에 3.2%포인트의 하방 압력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국내 수출 역시 큰 폭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러시아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 시장에서 수출 악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러시아발 수출입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먼저 원자재시장 불안 장기화에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향후 수급 불안정이 예상되는 원자재의 비축 규모를 확대하고 민·관이 협력해 중장기 원자재 조달 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서 비용 절감에 노력하고 원자재의 안정적인 확보는 물론, 상대적으로 경기가 양호한 국가에 대한 수출시장 확대 전략도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경제 및 산업 구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친환경 발전을 통한 에너지 공급을 높이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또한 신산업 발전에 필요한 원자재에 대한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기업도 원자재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세제 해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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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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